배우 이시은은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하 <사랑과 전쟁>)의 팬들 사이에서는 ‘완소 시은’으로 불린다. 어느 식당을 가나 ‘사이다’는 기본이고, 만차인 주차장에서도 자리를 내줄 정도다. “우리 애들은 이제 어딜 가든지 사이다는 다 주는 줄 안다. (웃음) 죄송한 생각도 들지만, 항상 감사하고 있다.”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시간만 벌써 9년. 처음에는 신세대 주부를 주로 연기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도 요즘은 종종 불륜을 저지르거나, 시어머니를 내다버리는 악덕주부를 맡고 있다.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대표배우인 이시은을 극장판 <사랑과 전쟁: 열두 번째 남자>를 빌미삼아 만났다.
-영화에서도 주인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조연이더라.
=나도 약간 섭섭했다. (웃음) 농담이고 감독님이 처음부터 나를 배제했었다더라. 감독님이 우리 남편도 알고 아이도 아는데, 나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하신 거다. 사실 그때는 나도 (베드신이) 자신없었다. 애도 둘씩이나 낳은 몸매로 볼거리를 제공할 수도 없는 거고.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엄마가 영화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 (웃음)
-<사랑과 전쟁>이 이제는 어엿한 장수프로그램이다. 왜 그리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나.
= 아직 결혼 안 했나? 결혼해보면 공감할 수 있을 거다. (웃음) <사랑과 전쟁>이 과장된 면도 있긴 하지만, 자기들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시댁과 갈등이 없는 주부가 어디 있겠나. 한번쯤 일탈을 꿈꾸는 주부도 많을 거다. 살다보면 사랑보다는 정으로 사는 게 많아지는 법이고. 알고보면 무척 평범한 이야기인 거다.
-<사랑과 전쟁>의 소재가 아무래도 ‘가정’이다 보니 가족들의 반응이 남다를 것 같다.
=우리 시어머님은 내가 드라마에서 못된 짓을 배울까봐 걱정하신다. 얼마 전에는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버리는 며느리를 연기했는데, 정말 고민이 많이 됐다. 그런데 어머님이 보시더니, 당신도 이해할 수 있겠다고 하시더라. 남편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아이들도 엄마가 TV에 나오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상담도 많이 해주겠다.
=정말 많이 하게 되더라. 남편이나 자신이 바람난 것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결혼 전에 놀아본 친구들은 안 그런데, 일찍 결혼해서 가정밖에 모르던 사람들이 바람나면 그게 정말 무섭다. 나는 남편이 바람나서 고민하는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놀다보면 정신차리고 돌아오니까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하면 바람난 남편들도 나중에는 그걸 더 황송해할 거다. (웃음)
-엄앵란 선생님처럼 아침시간대 토크쇼에 상담가로 출연해도 좋을 것 같다.
=5월이면 가정의 달이라고 해서 정말 섭외가 많다. (좌중 웃음) 진짜다. 정말 바쁘다니까. (웃음)
-남편이 바람 피울 생각은 전혀 못하겠다.
=그렇지. 내가 다 알고 있지 않나. 우리 신랑이 사업을 하는데, 아무래도 접대 때문에 술자리에 자주 가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술집에서 영업하는 여성들한테 전화도 많이 온다. 나는 딱 보면 알겠더라. 이 남자가 정말 빠진 건지, 아니면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러는 건지. 솔직히 나도 남편 휴대폰을 몰래 열어본 적 있다. 여자 이름이 꽤 많더라고. 수정이라는 이름이 ‘수정1’, ‘수정2’까지 있더라. (좌중 박장대소) 그래도 남편이 아무런 핑계대지 않고 일 때문이라며 떳떳하게 이야기하니까 믿고 사는 거다. 나는 드라마에서 유부남 꼬이고 그 남자 본부인을 내쫓는 연기도 해봤다.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지.
-<사랑과 전쟁>이나 아침 드라마들은 사실 방송 시스템에서는 마이너리그다. 그런 것 때문에 겪는 고충도 있을 것 같다.
=속상할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질 낮은 배우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방송사 공채 출신들인데도 불구하고 재연배우 혹은 주부모델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은 검색이 잘되니까 다들 검색 한번씩 해봤으면 좋겠다.
-요즘은 KBS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에 출연하고 있다. 9년 동안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면서 다른 제의는 받은 적 없었나.
=사실 케이블영화는 많이 들어왔다. 대부분 시나리오를 읽고 기겁했지. 전라가 필요한 영화들이 대부분이었고, 채찍으로 남편을 때리는 경우도 있었다. (웃음) 그래서 아무래도 조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까 말했듯이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체, 다른 캐릭터를 맞는다면 어떤 인물을 연기하고 싶나.
=문소리씨가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에서 연기하는 걸 보니 나도 해보고 싶더라. 하지만 나이가 있고 주부다 보니 주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면 뭐든지 하고 싶다. 물론 아가씨 역할도 가능하지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