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내 친구의 사생활> 감독 다이앤 잉글리시, 배우 멕 라이언 인터뷰
2008-10-09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

주인공 메리 헤인스 역의 멕 라이언 인터뷰

-극중 캐릭터처럼 지난 몇년간 이혼을 비롯해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오랫동안 자다가 깬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년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여행도 많이 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봤다. 인생이 즐겁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 이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서고, 이해심도 많아졌다.

-처음 출연을 결정한 뒤 14년이 지나서 영화가 완성됐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뭔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니라 떠나지 못했던 거다. (웃음) 다이앤이 일년에 한두번씩 전화해서 “이번에는 진짜 영화 찍는다”고 했지만, 번번이 자금이나 배우 스케줄 등 문제가 생겨서 미뤄졌다. 다이앤은 지난 10여년간 이 영화에만 매달렸었다. 영화화된 것은 다 그녀 덕이다.

-<내 친구의 사생활>은 엄마, 딸, 친구 등 여자들 사이의 관계가 잘 다뤄졌다. 실생활에서는 어떤가.
=여자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요즘 여성들에게는 선택해야 할 것이 많지 않나. 가족이나 커리어 면에서도.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가질 수는 없는 것 같다. 난 벌써 포기했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한테 조언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

-친구의 중요한 조건이 있다면.
=우정과 믿음이다. 그리고 나한테는 유머도 중요하다. 그래서 내 친구들은 다들 재미있다. 서로 다양한 이슈에 대해 토론도 잘하고. 의견도 많이 듣고, 참고한다. 서로 사회·경제적인 부분은 다르지만, 그런 공통점 때문에 친구가 되지 않았나 한다.

-메리 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메리가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을 챙겨주느라 자신은 잃어버렸다. 아버지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의상 디자인을 그것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다가 해고되고, 남편은 바람 피우고, 딸하고는 말도 안 통하고.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뒤에야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원작에서는 모든 것을 묵묵히 참는 정숙한 여인으로 나오는데, 이 캐릭터는 전혀 그렇지 않다. 따라서 후반부에 그녀의 사업 성공보다 그녀 자신이 누구고,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된 변화 과정이 좋다. 영화 초반에는 문장 하나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지 않나.

-극중 메리와 실비(아네트 베닝) 사이의 우정과 배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정이 사랑보다 중요한가? 배신을 당한다면 어떻게 하겠나.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지 않다. 우정은 사랑하는 데 꼭 필요하다. 의지하고, 기댈 수 있고, 늘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친구와의 우정이 중요하고,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무너졌기 때문에 사랑하던 남편의 배신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거다. 내 경우에는 잘 아는 사람의 배신이 견디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도 잊기 힘들었다. 하지만 결국 용서하는 것이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좋다는 것을 배웠다.

-고정관념 때문에 귀여운 역으로만 나오는 것 같다. <원초적 본능>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던데, 일부러 이미지를 지키나.
=<원초적 본능>? (폭소) 일단 제안받았었다고 얘기하는 게 좋겠지? 나도 <인 더 컷>이라는 영화에서 누드로 출연한적 있다. (웃음) 그리고 내 자신이 섹시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태여 광고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지 않나.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필요하다”

감독 다이앤 잉글리시 인터뷰

-상당히 오래 걸려 영화를 만들었다.
=94년에 멕 라이언이 날 고용했다. 당시 TV시리즈를 3개나 하고 있어서 스크립을 완성하는 데 1년이나 걸렸다 . 줄리아 로버츠와 함께 나오려고 했다. 멕과 줄리아 캐릭터가 달랐지. 줄리아가 메리 역을 하고, 멕이 아넷 역을 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결국 다들 떠나고 나만 남았다. 94년 당시 예산 6500만달러로 준비했는데, 막상 얻은 예산은 1650만달러다. 그 뒤 젊은 남자들을 위주로 하는 마켓 속에서 대부분 만들 수 없는 영화라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오기가 생기더라. 그 덕에 여기까지 왔나보다. 지금 인터뷰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랫동안 영화 준비하고, 1년 전에 촬영하고 있었는데, 며칠 뒤면 개봉도 하고. 하도 오랫동안 잡고 내 인생의 일부였던 프로젝트라 이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걱정도 되고, 허탈하기도 하다. (웃음)

-여성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가 다시 붐을 이루는 것 같다.
=그러게. 이번 여름에 개봉된 <섹스 앤 더 시티> <맘마미아!> <청바지 돌려입기2> 다 반응이 좋다. 그래서 <내 친구의 사생활>도 개봉을 앞당겼다. 여성 관객을 대상으로 한 작품이 필요하다. 사실 <노팅힐> 같은 영화가 90년대 있긴 했지만, 영화사에서는 줄리아 로버츠처럼 아주 소수의 여배우들만이 국제적으로 영화를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포스터를 보면 알겠지만 많은 여배우들이 나오지 않나. 스타파워가 아닌 연기력있는 여배우들의 앙상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영화가 아닌 TV나 연극 등 다른 포멧으로 바꿀 생각은 없었는지.
=<HBO>에서 TV영화나 시리즈로 하면 어떠냐는 제안이 있었다. 하지만 ‘왜 이 작품이 영화화가 될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프로젝트에 대한 믿음이 날 계속 밀고 나가게 한 것 같다.

-첫 영화 감독 경험은 어땠는지.
=꼭 군 작전 수행하는 것 같았다. 무척 힘들었다. 살림하고, 어린 아이들이 있었으면 더 힘들었을 거다.

-시사회 때 관객 반응은 어땠나.
=남자들도 여자친구나 부인에게 끌려 많이 왔는데, 반응이 참 신기했다. 좋아하더라. 여자들의 세상을 훔쳐보는 것 같은데, 남자를 흉보기보다는 서로를 보듬어주는 모습이 좋았나보다. 많은 남자들도 영화관에 가서 봤으면 한다. 여자 없이 <내 친구의 사생활>(The Women)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러 들어간다는 것이 용감한 행동이겠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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