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가 비탄에 잠겼다. 지난 9월26일, 폴 뉴먼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배우이자 감독이고 제작자이면서 운동가, 성공한 사업가이며 레이싱 경주를 즐기던 스크린의 전설은 향년 83살로 오랜 암투병 끝에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내일을 향해 쏴라>와 <스팅>에 함께 출연했던 뉴먼의 지기 로버트 레드퍼드는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고 슬퍼했고, 케빈 스페이시는 "위대하고 겸손한 거인"의 죽음을 애도했다. 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역시 "관대하며 온화한 박애주의자"로 뉴먼을 기억했으며, 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의 아이콘, 박애주의자, 아이들의 우상"을 잃었다고 성명을 밝혀 슬픔과 안타까움을 표했다.
1925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폴 뉴먼은 무대와 TV를 거쳐 영화계로 진출했다. 젊은 시절 푸른 눈과 조각같은 외모로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 자리를 꿰차기도 했지만, 인상적인 외모로 거친 반항아 또는 패배자를 연기해 캐릭터 배우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영화계에 몸 담았던 50여년의 시간 동안 뉴먼은 8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고, <레이첼, 레이첼>과 같은 영화의 제작과 연출을 맡기도 했다. 대표작으로는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허슬러> <허드> <폭력탈옥> <선택> <심판> <타워링> 등이 있으며, 최근 픽사 애니메이션 <카>에는 목소리 출연하기도 했다. 알프레드 히치콕, 로버트 알트먼, 마틴 스코시즈, 엘리자베스 테일러, 톰 행크스 등 할리우드의 빅 네임들과 협연했던 뉴먼은 그의 전성기에 출연작을 통해 총 10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데, 정작 그에게 트로피를 안겨준 작품은 연기를 시작하고 33년 뒤에 출연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1986년 작 <컬러 오브 머니>였다.
동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처럼 "에고가 전혀 없는, 모든 면에서 존경할 만한 사람" 폴 뉴먼은 모범적인 사생활로도 존경을 받았다. 1994년 아카데미는 그의 자선사업에 ‘진 허숄트 휴매니터리언 상’을 수여했다. 뉴먼은 화상, 에이즈, 백혈병 등 어린 나이에 병으로 고통받는 아동을 위해 여름 캠프 ‘Hole in the Wall’를 설립했고, 그의 음식 사업 ‘뉴먼스 오운’을 통해 얻은 수익의 일부를 많은 자선 기관들에 기부했다. <AP>는 폴 뉴먼이 미리 준비해둔 유언을 통해 그의 사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수익의 100%를 ‘Hole in the Wall’과 다른 자선기관들에 기부할 것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Hole in the Wall’의 회장이자 뉴먼의 친구였던 데이비드 호르비츠는 "폴은 잘 생긴 외모와 연기력으로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는 사회에서 받은 사랑을 다시 사회로 되돌려 주고 싶어했다"고 말하며 친구의 사회환원 의지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세상을 떠나기 1년전인 2007년, 폴 뉴먼은 더 이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며 연기에서 은퇴했다. 당시 그는 <ABC>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원하는 수준 만큼 연기할 수 없게 됐다. 기억을 잃기 시작할 것이고, 자신감도 잃기 시작할 것이다. 창작력 또한 그럴 것." 올해 초 뉴먼은 존 스타인벡의 <생쥐와 인간>을 영화화하는 작업에서도 메가폰을 놓고 물러났는데, 당시 이미 건강이 약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