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인어공주>의 21세기판 변주 <나는, 인어공주> 공개
2008-09-30
글 : 황진미 (영화칼럼니스트)

일시9월29일 오후2시
장소 아트하우스 모모

이 영화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알리사는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언젠가 아빠가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소녀. 발레리나의 꿈을 갖고 있는 알리사는 어느날 엄마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충격을 받은 알리사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영원히 입을 다물기로 결심한다. 어이없게도 엄마는 알리사를 장애인 학교에 보내고, 알리사는 그곳에서 소원을 이루는 마술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알리사의 소망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온다.

100자평

<나는, 인어공주>는 자본주의적 급변을 겪는 21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인어공주>를 원형으로 삼아 펼치는 한 소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이다. 그녀가 바다에서 잉태된 소녀이고, 말을 잃었으며, 물속에서 건진 왕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그 대신 물거품이 되는 결말 등은 모두 <인어공주>에서 차용한 것이지만, 영화는 지고지순한 멜로물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의 분위기는 대충 <아멜리에>나 <시티즌 독>과 비슷하게 엉뚱 발랄하고 귀여우며 재치있다. 화면을 구성하는 묘미나 서사를 끌어가는 솜씨 모두 영리하고, 21세기 러시아에 불어닥친 자본주의 광풍에 대한 풍자도 무척 날카롭다. 장점으로는 무엇보다 ‘인어공주’나 ‘달’등 익숙한 상징을 활용하는 방식이 세련되며, 주인공역을 맡은 마샤 살리예바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묘한 신비감을 자아내는 인상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조금 흠을 잡자면, 후반부 편집이 조금 늘어지는데, 상영시간을 약간 줄이면서 리드미컬하게 재편집을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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