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말을 잘 듣지 않는 게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이다
2008-10-04
글 : 강병진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구구는 고양이다>의 이누도 잇신 감독

이누도 잇신의 신작 <구구는 고양이다>는 고양이 애호가들을 대동단결하게끔 만들 작품이다. 섬세하게 포착한 고양이와 그와 함께 사는 인간의 관계는 감독의 전작에서 나타난 ’힘겨운’ 사랑의 관계만큼이나 울림을 갖는다. 무엇보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고양이의 습성과 표정, 동작들을 관찰하며 보냈을 이누도 잇신의 일상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실제 2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이누도 잇신은 “말을 잘 듣지 않는 동물이라는 점이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구구는 고양이다>는 <금발의 초원>의 원작자인 오오시마 유미코의 에세이를 빌려온 영화다. 어떤 점이 매력이었나.
=일단 이 영화는 에세이를 출판한 가도카와사의 회장에게 제의를 받은 것이다.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을 보고서 나에게 맡기고 싶어 했다더라. 신기한 건 이미 내가 <금발의 초원>을 연출했다는 사실을 그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의를 받기는 했지만, 사실 고양이를 데리고 찍어야한다는 게 조금은 부담이었다. 하지만 오오시마 유미코의 작품을 다른 감독에게 넘겨주기는 싫더라. (웃음)

-<우리개 이야기>에서는 개를 소재로 했다. 개와 고양이를 데리고 찍어보니 어떤 차이가 있던가.
=개보다 고양이를 데리고 촬영하는 게 더 힘들지만 스트레스는 덜 쌓인다. 강아지는 어느 정도 사람의 말을 듣지 않나. 여기까지와, 멈춰, 저기 봐 하면 웬만큼 따라온다. 그런데 그처럼 강아지는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못할 때는 화가 많이 난다. “너 아까는 됐는데 지금은 왜 안 되는 거야!”라고 호통 치는 일도 있다. (웃음) 하지만 고양이는 처음부터 안 된다는 걸 알고가기 때문에, 어떻게든 원하는 연기를 해주면 모두가 기뻐한다. (웃음)

-고양이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이 있을 것 같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이 녀석이 나를 제일 잘 관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람에게는 말로 감정을 전달하면서 어느 정도의 선을 긋게 되는데, 고양이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지 않나. 어쩌면 그처럼 솔직한 생각을 표현하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해주는 존재인 것 같다.

-극중 세상을 떠난 고양이 사바가 소녀로 현신해 아사코와 대화하는 장면도 그런 개념에서 나온 건가.
=그렇다. 아마도 고양이를 키우는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모습일 거다. 사실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가장 찍고 싶은 장면이었다. 두 사람이 길게 대화하는 장면은 내 영화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는 것이다. <금발의 초원>의 닛포리와 아리스,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의 두 남녀, 그리고 <메종 드 히미코>의 아버지와 딸이 이야기하는 장면이 그렇다. 매번 그 대화 장면을 위해 다른 장면들을 찍을 정도로 나에게는 중요한 부분이다. 물론 대화만 가지고 클라이맥스를 만든다는 게 쉬운 건 아니지만.

-구구를 연기한 고양이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촬영에 들어가기 6개월 전에 4마리의 새끼고양이를 선택했었다. 그 중에서 메인 고양이와 서브 고양이를 결정했는데, 대부분 메인 고양이가 구구를 연기했다. 서브 고양이는 우울증에 걸렸는지, 움직이는 걸 싫어하더라. (웃음) 사실 영화를 찍는 도중, 구구를 탐내는 스탭들이 많았다. 결국 영화에 참여한 2마리의 고양이는 동물트레이너가 데려갔고, 나머지 두 마리의 새끼는 스텝들이 가져갔다. 나중에 그 고양이들이 커서 또 새끼를 낳았는데, 그 녀석은 지금 우리 집에 있다. (웃음)

-원작에도 나타는 부분이지만, 동경의 키치죠지가 영화의 중요 공간이다. 감독 자신이 이 공간에 느낀 매력이 있을 것 같다.
=내가 청소년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는 곳이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이노카시라 공원은 원래 숲이었다. 나한테는 그런 숲이 뭐랄까, 영적인 느낌이다. 또 고양이들은 그런 숲에 자주 모이는 습성이 있더라. 그런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동경에서 키치죠지는 인기가 많은 동네인데, 영화의 배경으로 삼았으니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웃음)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