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꼼꼼한 퀼트처럼 직조한 나폴리의 지하세계 이야기 <고모라>
2008-10-04
글 : 김도훈

<고모라>M Gomorra
마테오 가로네 | 이탈리아 | 2008년 | 135분 | 오픈시네마 | 22:00 야외상영장

지난 수백 년간 유럽의 여행자들은 말해왔다. 나폴리를 보고 죽자고. 누가 오래된 이탈리아의 격언을 믿으랴. 요새는 나폴리를 보러갔다가 죽을 판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가난한 항구도시 나폴리는 더 이상 세계 3대 미항이 아니다. 쓰레기가 들끓는 소매치기의 도시인 동시에 악명 높은 마피아 카모라 가문이 전제군주처럼 통치하는 폭력의 항구다. <고모라>는 카모라 가문이 나폴리를 장악해간 과정을 다룬 로베트로 사비아니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여기서 상업적인 이탈리안 마피아 영화들이 흔히 보여주는 극적인 폭력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현대 나폴리의 어둠에는 영웅도, 영웅적인 악당도 없다. 대신 가난과 폭력에 맞물려있는 몇 명의 주인공들이 있을 따름이다.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카모라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소년, 독립적인 갱단을 꿈꾸는 멍청한 청년들, 조직을 위한 의상실을 운영하는 중년 남자 등 나약하고 멍청한 인간들이 엮어내는 다섯 가지 이야기를 꼼꼼한 퀼트처럼 직조하며 나폴리의 지하세계를 들여다본다. 폭력은 가난과 함께 대물림되고 어른과 아이는 서로를 죽이지만 누구도 끔찍한 현대판 고모라의 세계를 벗어날 수 없다. 마테오 가로네의 <고모라>는 여전히 극적이지만 다큐멘타리적으로 섬뜩하다. 한편 <고모라>와 묶어서 감상하는 것이 좋은 영화는 파울로 소렌티노의 <일 디보>(월드시네마 부문)다. 이 젊은 이탈리아 영재 감독은 전후 이탈리아 정계를 마피아 조직처럼 이끈 실존 정치인 줄리오 안드레오티 일당의 삶을 마치 <저수지의 개들>처럼 그려낸다. 끝없이 등장하고 사라져가는 수많은 이탈리아 정치가들의 이름을 자막으로 따라가는 게 좀 힘들긴 하지만 거의 SF영화처럼 종횡무진하는 카메라와 미장센, 극적인 패러디를 빚어내는 솜씨가 아주 비범하다.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고모라>와 <일 디보>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그랑프리와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젠 이탈리아에 주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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