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지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극점에 도달한 예술품 <크리스마스 이야기>
2008-10-04
글 : 김도훈

<크리스마스 이야기> A Christmas Tale
아르노 데스플레생 | 프랑스 | 2008년 | 143분 | 월드시네마 | 20:00 롯데시네마6

추석날 고향집에서 전 좀 부쳐본 사람들이라면 뼈저리게 다시 깨달았을 것이다. 가족이란 정말이지 골치 아픈 존재라는 걸 말이다. 아르노 데스플레생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주농과 아벨 부부는 골수이식이 필요한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또 다른 아이를 낳았지만 결국 치료에 실패한다. 세월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흘렀다. 장성한 가족은 엉망이다. 딸 엘리자베스는 집안의 난동꾼 앙리의 행각을 견디다 못해 그의 빚을 대신 갚아주는 조건으로 인연을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러나 엄마인 주농이 암에 걸려 가족의 일원으로부터 골수이식을 받아야 하는 탓에 엉망진창이 된 가족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물론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아르노 데스플레생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처럼 말과 말, 관계와 관계들, 연기와 연기가 만들어내는 감정적 고양이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카트린 드뇌브, 에마뉘엘 브루디외, 마티외 아말릭, 키아라 마스트로이안니 등 능구렁이 같은 프랑스 배우들이 가족으로 출연해 서로를 잡아먹을 듯 할퀴다가 때로는 화해하고 울부짖는다. 누벨바그 작가들이 늙어버리거나 죽어버린 지금 프랑스의 사적, 작가주의영화 전통을 가장 아름답게 발현하는 것은 확실히 아르노 데스플레생이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지적인 엔터테인먼트의 극점에 도달한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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