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7개의 에피소드로 채워진 풍성함 <경박한 일상>
2008-10-04
글 : 주성철

<경박한 일상> Trivial Matters
팡호청 | 홍콩 | 2007년 | 90분 | 아시아영화의 창 | 17:30 메가박스6

7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진 옴니버스영화. 진관희, 여문락, 진혁신, 두문택, 종흔동 등 주목할 만한 홍콩의 젊은 얼굴들이 대거 출연했다. 더러운 변기의 똥을 자신의 소변으로 닦으며 ‘공덕심’을 발휘하는 진관희의 에피소드, 혼전순결을 지키기 위해 기념일마다 오직 오럴섹스만 원하는 진혁신의 에피소드, 콜걸과 호텔 방안에서 무료한 하루를 보내는 두문택의 에피소드, 상대방을 암살하러 갔다가 함께 마약을 나눠 피며 친구가 되는 여문락과 펑샤오강의 에피소드 등 <경박한 일상>은 <이사벨라>(2006) 이전 팡호청 초기 영화들의 재기발랄함을 연상시킴은 물론 <이사벨라> 이후 영화들의 느낌도 준다. 말하자면 마치 극장 문을 나섰을 때 팡호청이 만든 7편의 장편영화를 연달아 본 것 같은 풍성한 기분이 든다.

블랙코미디 같기도 하다가 두 여인의 오랜 우정을 담아낸 서사시도 있고, 하여간 하나같이 비슷한 얘기들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구조지만, 진혁신의 에피소드에서 그의 친구였던 두문택이 그로부터 이어지는 이야기로 자신의 에피소드를 펼쳐내는 등 각각의 이야기는 묘하게 연결돼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른바 ‘진관희 사태’로 연결돼 있는 진관희와 종흔동이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서 등장한다는 것, 특히 진관희는 자기만의 궤변을 늘어놓으며 여자에게 ‘작업’을 거는 역할이라 눈길을 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집결호>의 감독 펑샤오강은 <쿵푸허슬>에 이어 다시 한번 카메오로 출연했다. <야연>과 <집결호> 이전 코미디영화 연출로 주목받았던 만큼 그의 코믹 연기도 발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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