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크롤러>는 얼핏 명료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기술부터 주제까지 복잡하다. 그래서 이 영화에 배치된 젊은 세대 키르도레와 기존 세대 티처간의 상징적 관계, 그리고 놀랄 만큼 뛰어난 기술적 현시의 비밀, 게다가 그 기술의 현시가 불러오는 탁월한 감정의 효과를 묻는 건 당연하다. 오시이 마모루는 내내 궁금해 했다. 그러니까“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과연 어떠한가….”
-먼저‘티처’라는 존재가 궁금하다. 키르도레인 유이치는 티처를 향해 "내가 아버지를 죽이겠어"라고 말하는데, 티처는 유이치의 실제 아버지인가 상징적 아버지인가.
=물론 상징적 존재로서의 아버지다. 그는 항상 비행기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다. 그는 하늘에서만 등장한다. 그는 강하며 그와 맞서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건 아버지라는 존재가 한 가족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 권력 말이다. 그는 맞서기 힘든 힘을 가진 존재이므로 티처와 맞선다는 것은 곧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한편 땅에는 마마(mama)라는 존재가 있다. 마마는 언제나 그녀의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어머니의 장소로 돌아와 있는 한 우리는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어른이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나는 땅에서는 어머니, 구름 위 하늘에서는 아버지, 라는 식으로 설정한 것이다.
-자라지 않는 아이들 키르도레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부탁한다.
=원작 소설에서 모리 히로시는 키르도레의 경계와 정의를 좀 더 뚜렷이 제시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나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고 싶었다. 나는 실제로 키르도레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너무 많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공상과학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회사에 의해 프로그램화되었다는 등의 설정은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내 영화 속에서는 키르도레 자신들이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고 믿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자신은 절대 자라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면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동일한 삶을 반복하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객관보다 주관을 중요시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다양한 시점의 변화와 시선의 교차가 있다.
=공중전 장면을 예로 들겠다. 조종석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카메라와 비행기 바깥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이렇게 두 개의 시선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은 흔히 시도하지 않는 기법으로 사실적인 느낌보다는 역동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걸 표현하기 위해 먼저 한쪽 카메라 방향에서 작업한 다음, 다른 쪽 비행기가 쏘는 시점은 시뮬레이션으로 작업하여 편집했다. 따라서 비행기의 내부와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이런 장면 연출은 비행기들이 너무 빠르다면 표현되기 힘들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불안정한 상황과 격투신을 잘 드러내기 위해 다소 속도감이 느린 복고풍의 프로펠러식 비행기를 채택한 것이다. 아마도 이건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카메라 기법일 것이다.
-지상에서 캐릭터들을 보여줄 때는 2D를, 비행기의 공중전을 보여줄 때는 3D를 주로 썼다.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이 창공이라는 장소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일단 구름만으로 덮여 있는 창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상의 세계가 복잡하고 어려운 인간관계 혹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일상이라면, 구름 속의 창공은 꿈의 세계이자 일종의 유토피아이다. 따라서 지상의 세계와 창공의 세계는 아주 다르고 나는 이 두 세계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이 기사는 2008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씨네21>과 오시이 마모루가 나눈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