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도>는 올해로 46세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영화다. “지금의 나이가 아니었다면 만들 수 없었을 작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가족들의 공통된 기억이 빚어내는 의미심장한 하루를 그린 이 영화에서 그는 3년 전 떠나보낸 어머니에 대한 후회와 그리움을 녹여냈다. 잊고 싶은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 서로에게 가진 애증이 함께 드러나는 영화 속의 모습은 어느 가족에게 있는 보편적인 풍경이겠지만, 그런 풍경을 영화로 만들 때의 감정은 나이와 직결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처럼 <걸어도 걸어도>는 동시대 일본 사회와의 끈을 이어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전작들과 달리 유독 감독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들로 가득 차 있다. 형제들과 함께 먹는 옥수수튀김,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설치한 욕조 손잡이, 언제나 고장 난 상태인 옷장 손잡이, 그리고 고향집에 갈 때마다 어머니가 꽂아놓은 새 칫솔 등 감독 자신이 기억하는 가족의 풍경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고향집에 갈 때면 어머니가 새 칫솔을 욕실에 두시곤 했다. 그것은 집에서 자고 내일 떠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정작 나는 빨리 집에 가려고만 했었는데 말이다. (웃음)” 어머니를 추억하며 만들었지만, 아들과 아버지의 갈등이 핵심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아직 내 자신이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해결하지 못한 게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걸어도 걸어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자신이 살아온 40여년의 삶을 정리해 간직하려는 의도로 만든 일종의 앨범 같은 영화인 셈. 하지만 그는 다음 작품을 통해 다시 자신으로부터 멀어질 예정이다. 사람이 아닌 존재가 마음을 얻고, 말을 배워서 사랑을 하게 된다는 판타지멜로드라마라고. 주인공은 감독 자신이 “열렬한 팬”이라고 밝힌 배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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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도 걸어도>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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