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올해 대만영화의 새로운 발견 <노면주차>
2008-10-05
글 : 주성철

<노면주차> Parking
청몽홍 | 대만 | 2008년 | 106분 | 아시아영화의 창 | 21:00 프리머스6

<노면주차>는 타이베이의 장첸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배틀넛 뷰티>(2001)와 <쓰리 타임즈>(2007)에서 타이베이를 떠돌던 열혈청춘 장첸이 이제 유부남의 모습으로 그 거리에 섰다. 첸모(장첸)는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사서 약속장소로 가려 한다. 하지만 자신의 차 앞에 이중 주차돼 있는 자동차 때문에 꼼짝도 못한다. 그 주인을 찾기 위해 앞 건물에 들어가 보지만 이발사(잭 카오)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 3층집에 올라가보지만 노부부는 첸모를 사라진(감옥에 들어간) 아들로 착각하고 융숭히 대접한다. 그렇게 자동차 주인은 나타나지 않고 해괴한 일들만 일어난다. 중국에서 온 콜걸 리웨이와 양복점 주인(두문택)까지 사건 속으로 뛰어들어 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이발사는 왕년의 유명했던 ‘조폭’이다. 여전히 결말은 모호하다. 중국의 공장에서 해고당한 리웨이는 한 공안의 얘기에 솔깃해 대만에서 콜걸로 일하고 있고, 양복점 주인 역시 홍콩에서 건너온 남자다.

요즘처럼 삼중국을 둘러싼 묘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노면주차>는 그에 관한 꽤 의미심장한 우화로 읽힌다. 타의로 곤경에 빠진 첸모는 하룻밤 사이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는다. 수많은 TV광고와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뒤늦게 데뷔한 신인감독 청몽홍은 매끄러운 솜씨로 한 남자의 위험한 하루를 묘사한다. 낯선 사람들과 친구가 되는 것도, 또 적이 되는 것도 사실은 별것 아닌 일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장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고, 잭 카오와 두문택이라는 대만과 홍콩의 연기파 배우들의 모습도 이채롭다. 올해 대만영화의 새로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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