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아이를 낳다> Child by Children
고지 하기우다 | 일본 | 2008년 | 122분 | 컬러 | 아시아영화의 창 | 10:30 프리머스1
정말 아이가 아이를 낳는다. 혹시 <주노>에 대한 일본영화의 대답일까? 하지만 <아이가 아이를 낳다>는 '아이의 임신'을 놓고 부모와 아이가 일심동체를 이루는 이야기도 아니고, <제니 주노>처럼 어른들의 반대 끝에 출산을 이루고 마는 성공담도 아니다. 13살의 하루나는 어느 날 학교에 새로 부임한 신입교사의 성교육을 듣고 자신의 임신을 깨닫는다. "선생님, 저 아이가 생겼어요." 그러나 아이들한테 성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야 한다는 의지에 불탔던 선생님도 하루나의 임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 하루나는 같은 반 친구들의 도움으로 뱃속의 아기를 키우고, 이들은 어른들의 힘을 빌리지 않은 채 아이를 받아낸다. 영화의 진짜 시작은 이때부터다. 사실 이 영화에서 ’임신’은 주제가 아니다. 하루나의 출산을 놓고 벌이는 어른들의 설왕설래는 아이들의 진실에 조금도 접근하지 않는다. 아빠가 될 아이의 부모는 책임을 회피하려들고, 학교는 체면 차리기에 급급하다. 학부모들이 노발대발하는 건 당연지사. <아이가 아이를 낳다>는 아이의 출산이라는 과격한 소재보다도 이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다. 하루나의 출산을 알게된 어른들의 첫 마디는 "정말 너희끼리 아이를 받았니?"란 질문이다. 그들은 아이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도, 그들이 자기만의 완벽한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누구나 아이였지만, 어른이 된 이들은 그 시절 자신이 꿈꾸고 이뤄냈던 세계를 잃어버리기 마련. 아이와 어른의 세계를 병치시키고 그들 사이의 간극을 묘사하는 감독의 시선에는 아이들을 향한 경외심이 짙게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