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아카데미의 장편제작지원작인 <그녀들의 방>은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여자와 자기의 방을 나눠같고 싶은 여자의 만남을 그리는 이야기다. 만약 그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결론이었다면 보는 이의 마음도 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거를 이루지 못한 두 여자의 만남은 결국 어느 하나 믿을 게 없다는 듯 파국을 맞는다. 하지만 <그녀들의 방>을 연출한 고태정 감독은 "희망이 없다고 단정짓기 보다는 지금의 관계를 돌이켜보았으면 했다"고 말한다. "과연 지속적인 위로가 가능할까? 나도 자신없다.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가 그러고 살지 않냐는 물음을 던지고 싶었다." 언뜻 여성감독이 여성의 만남을 섬세하게 그린 여성영화, 혹은 인물들의 침잠하는 내면만을 비춘 영화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의 말처럼 <그녀들의 방>은 "그녀들의 방이 아니라 그들의 방이었도 상관없었을 이야기"이고, 현실적인 디테일로 가득찬 작품이다. 극중 주인공의 직업인 학습지 방문교사나 그녀가 살고 있는 고시원의 모습을 꼼꼼히 담을 수 있었던 것도 고태정 감독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영화아카데미의 지원을 받은 덕분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해볼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도 "정서적이고 힘있는 영화들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녀들의 방>을 본 지인들은 그에게 ’미스터리 스릴러’영화를 적극 추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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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방>의 고태정 감독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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