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모든 남자들이 반한 신비의 여인, 임희뢰는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모두가 그를 좇지만 언제나 그는 저만치 멀리 달아난다. 이른바 ‘두기봉 사단’에는 멋진 남자들만 득시글대는 것 같지만 여배우들의 파워도 그에 못지않다. <풀타임 킬러>(2001)에서 유덕화의 연인으로 등장했고, <매드 디텍티브>(2007)에서 유청운과 호흡을 맞추었으며, <참새>에서 모든 남자들의 넋을 빼놓았던 임희뢰는 바로 정수문과 더불어 두기봉이 아끼는 여배우들 중 하나다. 유덕화, 유청운, 임달화, 이름 만으로도 쟁쟁한 두기봉의 남자들을 상대로 전혀 눌리지 않는 눈빛을 보여줬다. <풀타임 킬러>로 두기봉과 처음 만났던 그는 “홍콩영화계에서 가장 악랄한 4대 감독 중 하나라는 얘기를 듣고 만났고(웃음), 그래서 촬영 시작하고도 오래도록 말도 못 붙였는데 사실은 아이처럼 정말 귀여운 분이셨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고전적 여배우의 풍모라고 할까. 임희뢰는 표정 변화가 별로 없어 도도한 인상을 준다. 영화 속에서 소위 ‘망가진’ 기억도, 다작 출연으로 이미지를 혹사한 기억도 없다. 대만 출신으로 홍콩영화계에 진출한 그는 성숙미와 섹시미를 겸비한 자태로 늘 흔들림 없는 인상을 남겼다. “코믹 연기가 안 되는 걸 알면서 억지로 출연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그는 실제로도 “냉정한 살인마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며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단다. 선배 배우들 중 종초홍을 가장 존경한다는 그는 바로 그 종초홍처럼 “배우로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그 어떤 일이라도 하고 싶다”고도 말한다. 임희뢰는 배우로서 성격도 인격도 명품 같은 느낌의 배우다. 두기봉이 아끼는 배우들은 그렇게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