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9월29일 오후4시30분
장소 CGV 용산
이 영화
멕시코에서 LA까지, 무자비한 이민국의 횡포와 각자의 사정을 지닌 동포들의 먹고 먹히는 연쇄관계를 뚫고, 아홉살 소년 까를리토스(아드리안 알론소)는 엄마 로사리오(케이트 델 까스틸로)를 만나야만 한다. 게다가 일주일에 한번씩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전화를 걸어오는 엄마가 걱정하기 전에, 피자집과 벽화와 버스 정류장이 함께 보이는 동부 LA의 공중전화박스를 찾아야 하는 것. 미국-멕시코 국경의 까다로운 검문, 매일같이 일감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는 멕시코 노동자들의 고단한 하루, 불법 체류자의 신분으로 가족에게 송금할 돈을 벌어야 하는 이민자의 서러움이 소년의 발걸음을 따라 소개된다.
100자평
<언더 더 쎄임 문>은 멕시코에서 LA로 불법 이민을 온 엄마를 찾아, 혼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LA까지 온 9살 소년의 여정을 그린 로드무비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를 떠올릴 수 있지만, 그보다 슬픔의 정조가 훨씬 덜하다. 그대신 어른들도 무색케 만드는 강한 신념과, 만나는 모든 이들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친화력을 지닌 소년을 통해 밝은 감동을 일깨운다. 영화는 단순한 휴먼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데, 불법 이민자들의 현실을 생생히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발언을 직접 담아낸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루한 고발이나 하소연이 아니다. 스릴 넘치는 드라마이며, 촌철살인의 풍자이다. 가령 시민권을 따야하는데 미국역사를 모른다는 어머니에게 멕시코계 시민권자가 “미국의 역사는 쉽다. 인디안 착취로 시작해서 흑인 착취를 거쳐 멕시칸 착취로 이어진다”고 말하는 대사나, “수퍼맨은 크립톤 행성에서 온 불법 이민자… 그는 주민등록도 없는데 어떻게 취직을 하나…” 라는 노랫말에 주제의식이 함축되어 있다. 영화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으며 뒤로 갈수록 아슬아슬함이 더해지는데, 이러한 호흡을 유지시키며 완급을 조절하는 편집이 (앞부분의 버스 정류장 장면 플래쉬 포워드를 포함하여) 특히 좋다. 소년 역할의 아드리안 알론소를 비롯하여 배우들의 고른 호연이 매우 인상적이며, 이 영화가 멕시코 출신 여성감독 파트리샤 리겐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이 놀라움을 더한다. 감동적이며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를 선호하는 진지한 영화팬들에게 강추!
- 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