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신앙과 광신 사이의 모호한 경계 <내 안의 사막>
2008-10-08
글 : 이주현

<내 안의 사막> The Desert Within
로드리고 플라 | 멕시코 | 2008년 | 112분 | 컬러 | 월드시네마 | 20:00 대영2

종교 박해가 이루어지던 1920년대 멕시코의 산 이시드로 마을. 엘리아스는 아들 아우렐리아노를 잃는다. 아내 역시 박해를 피해 도망치던 중 아이를 낳다 죽고, 아우렐리아노는 그 아이에게 다시 아우렐리아노라는 이름을 붙인다. 고향을 떠난 엘리아스는 자신이 큰 죄를 지어 고향 마을이 죽음의 불길에 휩싸이게 된 것이라 생각하고 속죄의 마음으로 교회를 짓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속죄에 집착할수록 가족들은 더욱 더 고통 받는다. 만고의 진리라 생각한 교회가 완성됐지만 신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몸이 약한 아우렐리아노는 엘리아스의 보호 속에서 그림을 그리며 집 안에 갇혀 지낸다. 그리고 붓을 들어 종교 박해로 인한 사람들의 죽음, 종교에 집착해 미쳐가는 아버지의 모습, 이승에서의 마지막 가족들의 얼굴을 그린다. 그가 그린 그림은 현실로 변하고 현실은 곧 그림이 된다. 현실과 판타지, 실재와 가상,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겹쳐 보이는 장면들은 때론 아름답고 때론 슬프다.

<내 안의 사막>은 신앙과 광신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흡인력있게 파고드는 영화다. 비록 한 남자와 그 가족의 몰락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감독은 희망을 얘기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확고한 믿음이 통할 때 희망의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다고 말이다. 긴 역사와 가족사를 그리면서도 마지막 장면까지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2008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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