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소식]
덴마크 국민배우에서 인류배우로
2008-10-08
글 : 김도훈
<무서운 행복>의 배우 킴 보드니아

국민배우라는 표현. 지겨워죽겠다. PIFF에 초청된 배우의 절반 정도가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대표 배우를 뽑나? 그런 의문을 갖고 있다가 킴 보드니아를 만났다. 웬걸, ‘덴마크의 국민배우’라는 표현을 쓰지 않을 도리가 없다. 킴 보드니아는 94년작 <나이트워치>(Nattevagten)로 늦은 나이에 데뷔한 덴마크 배우다. 그의 이름이 국제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96년작 액션영화 <푸셔>(Pusher). 타란티노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한 이 액션 영화는 보드니아를 덴마크는 물론이거니와 유럽연합을 대표하는 배우로 치켜올렸다. 정작 보드니아는 별로 배우가 될 생각은 없었다고 고백한다. "<나이트 워치>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배우가 됐지만 그냥 조용히 살고싶었다. 그런데 어째어째 출연한 <푸셔>가 또 대히트를 거뒀다. 이젠 어쩔 수 없다.(웃음)".

올해 ‘미드나잇 패션’ 부문에서 상영한 <무서운 행복>은 작은 마을로 발령받은 경찰이 폐쇄적인 공동체의 음모속으로 빠져든다는 내용의 스릴러다. 보드니아는 마누라를 패고 사람들을 모독하는 인간말종 시골 악당을 연기했다. 하지만 실재 보드니아는 네 아이, 아내와 함께 덴마크 숲 속의 저택에서 살아가는 가족적인 남자다. "코펜하겐에서는 빵도 하나 살 수 없다. 길거리를 걸어가면 모두가 말을 붙이니까. 그래서 숲으로 들어갔다. 영화도 중요하지만 가족은 더 중요하다". 보드리아는 곧 인도에서 발리우드 영화를 한편 찍을 예정이다. "공동 제작하는 미국인 PD가 전화를 했다. 러시안 마피아 역할이라더군. 내가 원래 러시아, 폴란드 피가 흐른다. 러시아 악센트가 섞인 영어 대사를 하나 쳐줬더니 전화상으로 바로 캐스팅하더라". 이젠 국민배우가 아니라 인류배우라고 불러야 할까.

사진 박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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