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사랑 때문에 수백만달러를 버렸다! <더 클럽>의 회계사 조나단
2008-10-13
글 : 김도훈
“사랑밖에 난 몰라~”

-단도직입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단도직입. 좋죠. 전 회계사니까요.

-좋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부터 먼저 좀 이야기하죠. 거기서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뭔지 아세요?
=글쎄요. 제가 그걸 알면 회계사가 아니라 점쟁이를 했겠죠. 다시 말하지만 저는 회계사니까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많이 보이는 결말인데요, 주인공이 악당이나 사기꾼을 물리친 뒤 수백만달러가 든 돈가방을 손에 거머쥐게 된 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 된 전복죽에 콧물 빠뜨리듯이 이 멍청한 남자가 수백만달러를 허공에 날려버리는 겁니다. 손에 들어왔는데도 던져버리는 거예요. 그러고는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떠나는 거죠. 마치 ‘사랑만 있다면 돈 따윈 필요없는 듯’ 근사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입니다.
=로맨틱하군요.

-로맨틱? 그게 로맨틱합니까. 그게 로맨틱하냐고요. 그건 로맨틱한 게 아니라 그냥 멍청한 거예요. 생각해봐요. 수백만달러를 버려야만 여자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조건도 없다고요. 그저 이 영화의 각본가는 주인공이 돈에 휘둘리지 않는 로맨티스트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억지월매식 설정을 집어넣고 있을 뿐입니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해드리고 싶지도 않아요.
=요즘 돈이 좀 궁하신 듯하네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일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말입니다.

-한국 영화주간지 기자들에게 돈이야 항상 궁하죠. 보기엔 근사해 보여도 초현실적인 3D 직종이거든요,
=어떤 3D를 말씀하시는 건지.

-초현실적으로 더럽고, 드럽고, 디러운. 3D입니다. 뭐 어쨌든 하던 이야기나 계속합시다. 소심한 소시민이 수백만달러를 손에 넣고 사랑도 쟁취한다는 내용의 영화는 돈 궁한 현대 샐러리맨들에게 꿈과 사랑을 안겨주는 판타집니다. 요즘 영화들은 단지 쿨해 보이고 싶어서 소시민들의 열망을 배신하곤 하는데, 휴. 그거 쿨하지도 않고 시크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판타지를 꿈꿀 권리는 있잖습니까.
=무슨 소린지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정말로 수백만달러가 별로 필요가 없었습니다. 미셸 윌리엄스 같은 여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면 돈 따위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제가 지적하는 게 바로 그겁니다.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은 없어요. 엉터리 할리우드영화 시나리오에서나 발견되는 덜떨어진 캐릭터일 따름이지요. 돈보다 사랑? 가능합니다. 저도 사랑을 위해서라면 한달 월급 정도는 공중에 날릴 각오가 돼 있어요. 하지만 수백만달러보다 사랑? 불가능합니다. 불가능하고 말고요.
=글쎄요. 제가 보기엔 기껏해야 1시간30분짜리 영화일 따름이잖아요. 지나친 흥분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듣자하니 요즘 간이 안 좋아서 약도 드신다고….

-흥분이랑 간은 별 관계없습니다. 계속 로맨티스트인 척하시는군요. 그렇게 로맨틱한 척해도 사실 당신이 사기꾼 와이어트를 믿게 된 건 다 비밀 섹스클럽 때문이지요. 밤마다 비밀스럽게 맨해튼 상류층 여자들을 만나서 이 체위, 저 체위로 즐기고는 갑자기 미셸 윌리엄스를 만나더니 입 싹 닦고 ‘나 그런 놈 아니거든요 원래?’라고 하시진 말라는 거죠.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미셸 윌리엄스라는 게 중요한 겁니다. 그녀처럼 연약한 아름다움을 가진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 않는 건 불가능합니다.

-글쎄요. 어디까지나 취향 문제겠지만 제가 당신이라면 영화 속 여인들 중 샬롯 램플링과 사랑에 빠졌을 겁니다. 그녀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가장 위험하게 섹시한 중년 여성이거든요. 램플링 부인과의 밤은 어땠나요?
=제가 그런 걸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만큼 한심한 놈으로 보이십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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