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알랭 레네, 로브그리예, 뒤라스를 만난다
2008-10-13
글 : 오정연
10월14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랑스 누보로망, 누보 시네마 특별전

새로운 소설, 새로운 영화를 만나자. 일련의 실험적인 프랑스 작가를 일컫기 위해 ‘누보로망’이라는 표현이 신문을 통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1950년대 중반이므로, ‘새롭다’는 표현이 다소 어색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전지적 작가의 위치를 전제하는 전통적인 문학에 반기를 들고 독자의 능동적 참여를 유도하려던 누보로망의 시도는 지금의 관객에게도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져준다. 오는 10월14일부터 11월9일까지 ‘프랑스 누보로망, 누보 시네마 특별전’을 통해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소개되는 24편의 영화는 누보로망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묶일 수 있는 작가 세명의 대표작이다.

이론가이자 소설가로 누보로망의 대표적 기수였으며 이후 시나리오작가, 영화감독으로 활동한 알랭 로브그리예와 마르그리트 뒤라스, 이들과 함께한 시나리오 작업을 통해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이래 여든살이 넘은 현재까지 한결같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알랭 레네. <히로시마 내 사랑> 등 몇번씩 소개됐던 고전부터 로브그리예의 대표작, 레네의 후기작 등 국내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영화까지 다양하게 포진한 상영작의 면면은 장르며 매체, 상영작이 만들어진 시기까지 제각각이다. 그러나 소설, 연극, 음악은 물론 철학적 사조까지 영화적 변형이 가능하다고 믿는 60년대를 경유한 유럽 지식인의 건강하고 젊은 감각을 확인하기에는 오히려 적당하다.

“사람들은 일상의 비합리적이거나 모호한 요소를 자발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영화나 소설 등 예술작품에서는 그것과의 만남을 불평한다. 세계가 그처럼 복잡하다면 그의 복합성을 작품에서도 재발견해야 한다.” 누보로망의 대변인과도 같았던 로브그리예는 올해 2월 세상을 떠났다. 정체불명의 여인을 뒤쫓는 혼돈과 망상(<불멸의 여인>)을 비롯하여 당대의 스타 장 루이 트레티냥과 함께했던 두편의 영화 등 그의 대표작 네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자전적인 소설 <연인> 혹은 알랭 레네와 함께했던 <히로시마 내 사랑>의 시나리오 작업 등으로 익숙한 뒤라스의 영화 11편은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확인시켜줄 것이다. 한 여자와 그녀의 친구, 그들의 딸, 이들이 함께 기거하는 듯한 집을 방문한 외판원 등 제대로 관계가 설명되지 않은 인물이 등장한 가운데 불안한 피아노 선율과 라디오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탈주범의 이야기가 정적이고 분절적인 영화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을 더하는 <나탈리 그랑제>를 비롯한 그의 영화는 실험을 거듭하는 소설가이자, 어머니, 여성으로서 뒤라스의 면모가 흥미로운 영화들이다. 20대 초반의 청년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풋풋한 모습은 덤이다.

그리고 알랭 레네.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같은 초기작에서 엿보이는 누보로망의 지적인 면모는 물론, 연극의 미니멀한 화법을 적용하여 멜로드라마의 긴장감과 본질을 꿰뚫는 <멜로> 등 후기작을 관통하는 지적인 발랄함까지, 그의 영화 9편은 다양하다. 한 여자와 그녀의 남편, 그 남편의 절친한 친구가 얽힌 ‘멜로드라마’ <멜로>의 초반 30분에 달하는 신이 대표적인 예. 막이 오르기 전 연극 무대를 비추고 팸플릿을 넘기며 오프닝 크레딧을 시작하는 영화답게, 연극과 영화를 넘나들며 남녀관계의 긴장의 발생과 해소, 전환이 능청스럽게 펼쳐진다. 사랑스런 뮤지컬 <입술은 안돼요>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세대를 초월한 유명 샹송의 구절구절을 프랑스풍 로맨틱 소극(笑劇)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의 뮤지컬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를 놓치지 말 것. <맘마미아!>는 그저 장난처럼 여겨질 것이다. <타인의 취향> <룩 앳 미>로 익숙한 아녜스 자우이, 두 영화에서 심술궂지만 정감있는 연기를 보여준 장 피에르 바크리, <마음> <입술은 안돼요>는 물론 <멜로> 등 레네의 후기작에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사빈느 아젬마 등 배우들도 반갑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풍부한 역사적, 문화적, 지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영화인 까닭에 이들의 영화를 좀더 흥미롭게 접하기 위한 강좌들이 푸짐하다. <멜로>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 등 영화가 끝난 뒤에는 홍성남, 김성욱 등의 강사들이 ‘알랭 레네의 몽타주’, ‘기억과 역사’등 총 5번의 강좌를 제공할 예정이므로 꼼꼼한 사전 체크는 필수다. 상영시간표는 ??쪽 게시판 참조(문의: 02-741-9782, www.cinematheque.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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