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그의 고집스런 눈빛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10월13일 프랑스 최고의 인기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의 아들인 배우 기욤 드파르디외가 폐렴 증세로 파리 레이몽-포앙카레 병원에서 사망했다. 루마니아에서 신작 <L’Enfance d’lcare> 촬영 중 걸린 폐질환이 합병증으로 악화됐던 것. 그의 나이 향연 37살. 1992년 알랭 코르노 감독의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 주인공이었던 아버지 제라르의 젊은 시절 역으로 데뷔한 그는 최근의 거장 자크 리베트 감독의 <도끼에 손대지 마라>(2007)와 신예 토마스 라일티 감독의 <가려진 눈>(2008)까지 총 2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특히, 지난 1996년에는 피에르 살바도리 감독의 <도제>(1995)로 프랑스의 아카데미인 세자르상 신인남자배우 부문을 수상한 그는 “사회의 모든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다”라는 수상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폴라X>(1999)에서는 러시아의 여배우 카트리나 골루베바와의 하드코어 섹스장면으로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사회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아버지 못지않은 훌륭한 배우가 될 것으로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실제 그의 삶은 이력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그는 마약, 술, 폭력으로 점철된 젊은 시절을 지나 1996년 오토바이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설상가상으로 후유증 때문에 다리를 절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또한 아버지 제라르 드파르디외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아버지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수시로 매스컴을 통해 아버지를 비난하면서 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것. 한편, 지난해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는 아버지 제라르가 올리비에 디앙 감독의 <라비앙 로즈>(2007)로, 아들 기욤이 자크 리베트 감독의 <도끼에 손대지 마라>로 부자의 영화가 함께 출품돼 또 한번 이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둘 사이의 앙금이 미처 풀리기도 전에 아들 기욤이 세상을 떠나 부자간의 화해는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