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김영찬] 남보다 빨리 성장한 소년
2008-10-23
글 : 강병진
사진 : 이혜정
<소년 감독>의 배우 김영찬

<소년 감독>은 현실의 냉정함을 또래 애들보다 좀더 일찍 깨닫는 아이의 이야기다. 아버지의 카메라를 찾아낸 산골 소년 상구는 친구를 꾀어 차비를 마련해 서울로 향한다. 그런데 하필 영화를 찍겠다고 찾아간 곳은 어느 독립영화제작소다. 상구는 동생처럼 아끼던 개를 팔아가면서 서울 생활을 버텨가지만, 결국에는 모든 것을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언뜻 천재 소년의 자아 실현기가 아닐까 싶은 <소년 감독>은 사실 카메라를 손에 쥔 소년을 통해 영화 만들기의 고통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니 가깝게는 <열한번째 엄마>의 재수부터 멀게는 <지구를 지켜라!>의 병구까지 종종 상처받은 아이를 연기해온 김영찬군이 주인공 상구를 연기한 것은 감독의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소년 감독>은 현재 변성기를 겪고 있는 16살의 김영찬군이 13살 여름에 찍었던 작품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무더운 날씨와 싸워가며 촬영했던 기억만 남아 있을 정도로 그 사이 <소년 감독>은 추억의 앨범이 됐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본 영화에 대해 영찬군이 갖는 기분은 아련함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색다르게 보이기는 했어요. 그런데 제 모습이 너무 창피하더라고요. 내가 저 정도밖에 연기를 못했었는지, 후회하면서 봤어요.” “빨리 다른 영화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제대로 된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단다. 하지만 그의 본래 계획은 키가 더 자란 뒤에 다시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당분간은 학업에 정진하고 싶어서는 아니다. “공부는 별로 안 좋아해요.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이 잘 오르지 않아서…. (웃음)” 다만, 매일 밤 9시면 친구들과 모여 농구와 배드민턴 등을 하며 놀 수 있는 지금의 일상이 좋기 때문이다. 여러 소속사의 영입 제의를 거절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생활을 일찍 하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게 남보다 빨리 성장한 소년의 설명이다. “나중에 다시 연기를 하게 되면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악역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돈을 뺏거나 때리는 연기도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뺏기거나 맞기만 했었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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