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벤 스타센] 극장에서 달을 밟아보라
2008-10-28
글 : 이화정
사진 : 이혜정
풀 3D 입체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선보인 벤 스타센 감독

꼬박 15년간 3D 입체영화를 만드는 데 전념한 사람이 있다. 벨기에 감독 벤 스타센의 상상력은 데스크톱 하나에서 출발했다. 그는 3D 입체영상이라는 기술력을 통해 관객이 단순히 스크린이라는 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그 창으로 들어가 영화 속 현실을 실제 경험하는 느낌을 주려 한다. 자신이 창립한 3D 입체영상 전문제작업체 엔웨이브 픽처스를 통해 그는 아이맥스 영상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스릴 라이드: 더 사이언스 오브 펀>과 <에일리언 어드벤처>를 제작했다. 2회 가족영상축제의 개막작인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지금껏 그가 올인해온 3D 입체영상의 기술력의 결정판이다. 그는 기존 2D를 3D로 전환하는 방식에서 탈피, 풀 3D 제작으로 영화사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 개봉을 앞둔 <플라이 미 투 더 문>의 벤 스타센 감독을 가족영상축제에서 만났다.

-<폴라익스프레스> <베오울프> 등과 달리 3D로만 만들어진 최초의 입체애니메이션이다.
=지금까지는 2D로 촬영하여 3D로 전환하는 방식이거나 2D에 3D가 약간 가미되는 정도였다. 3D로 만들게 되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고 전용극장도 많지 않아서다. 그런데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애초 기획 단계부터 풀 3D 방식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3D 제작은 2D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절차를 거쳐서 만들어야 한다. 시나리오·디렉팅·제작·리듬·액팅·사운딩 모두 초반부터 입체영상에 맞게 고려돼야 한다.

-풀 3D가 주는 효과가 무엇이기에 이 같은 도전을 감행했나.
=영화의 소재인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건은 역사적으로 중요하지만 지금껏 아무도 영화로 제작하지 않았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3D라는 형식은 그걸 바꿔 재미를 준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관객의 위치가 변했다고 느낄 것이다. 관객이 화면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화면으로 들어간다. 4분가량 펼쳐지는 달 착륙신은 주인공처럼 실제 사다리에서 달로 내려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 할리우드를 중심으로 3D 입체영화의 제작이 활발하다.
=유성영화의 도래가 영화사에서 첫 번째 혁명이었다면, 풀 3D영화의 제작은 두 번째 혁명이다. 요즘은 홈시어터 등의 발달로 관객을 극장에 불러모으기가 쉽지 않다. 할리우드는 블록버스터로 관객 동원의 승부수를 둔다. 그러나 이들 작품을 제작하려면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3D는 그보다 훨씬 적은 제작비로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 3D가 일종의 제작도구이기 때문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루카스나 서울이나 브뤼셀의 작은 제작사가 똑같은 퀄리티의 작품을 생산할 수 있다. 할리우드가 최근 3D에 주목하는 것도 창조적인 관점보다는 상업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입체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엔웨이브 픽처스를 설립했다.
=15년 동안 3D 필름을 전문으로 제작·배급해왔다. 처음 시작은 데스크톱 하나였다.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에 나오는 영상인 ‘라이드영화’를 만들거나 아이맥스영화·4D 영상 등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3D 아이맥스영화가 전세계적으로 39개 작품이 만들어졌는데 그중 8개가 엔웨이브사의 작품이다.

-3D 입체영화는 전용극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3D 입체영화에 닥친 가장 중요한 이슈가 그것이다. 보통 2D영화를 볼 때 관객이 창문을 쳐다보는 경험이라면, 3D영화는 직접 창문(영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극장의 경사가 높아야 하고 스크린을 벽에서 벽까지, 천장에서 바닥까지 설치해야 한다. 관객과 스크린의 거리도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 90년대 들어 아이맥스 상영관이 늘었지만 3D영화를 볼 수 있는 전용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벨기에는 3D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14개밖에 없다. 비교적 상영관이 많은 영국이 70개 정도니 만약 일반영화를 400~500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3D영화는 70개 극장에서밖에 못 보는 거다.

-할리우드의 메이저 제작사들이 3D영화 제작 참여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는 엔웨이브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경험이다. 우리에겐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3D영화를 만들려면 끊임없이 실수를 반복하게 된다. 그만큼 까다롭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제작 방법이다. 작은 실수 하나라도 생기면 영화 전체를 볼 수가 없다. 결국 3D영화는 영화사의 새로운 언어다. 언어는 어릴 때부터 습득해야 가장 효과적인데 메이저 영화사는 다 큰 성인이 새 언어를 배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3D 입체영화의 형식은 가족영화라는 소재와도 궁합이 맞다.
=맞다. 특정 연령층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3D영화는 가족영화와 맞아떨어진다. 온 가족이 극장에 와서 처음으로 달을 직접 밟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자칫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기술력은 완벽한데 볼거리만 강조한 작품이 될 우려가 있다.
=그 부분은 끊임없이 보완해야 한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시나리오를 위해 2년을 투자했다. 지금 제작 중인 두 번째 작품 <Around the World in 50 Years>는 그래서 이야기에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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