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서울가족영상축제를 이끌어 나가는 수장은 배용국 집행위원장이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수식하기 이전, 그는 <가족의 탄생> <외출>을 제작한 제작사 블루스톰의 대표로 이름을 알렸다. 1회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그의 임무. 그러나 그는 이번 축제가 단순히 영화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영화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되길 원한다. 가족을 넘어 한국영화시장의 활로를 모색하는 2회 영화제의 청사진을 들어보았다.
-제작사 대표가 집행위원장이라니 이례적인 인사다.
=보통 교수 출신이 도맡다보니 영화제쪽에서 처음엔 걱정도 많았던 것 같다. 역임되고 나서 제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조성우 음악감독이 ‘네가 된 건 내 덕이다’라고 농담을 하더라. 현업에서 일하는 그의 역할로 제천이 활성화됐으니 다들 그 말이 절반은 맞다고 한다. 현업 출신이 프로그램에 대한 이론은 약하더라도 대중화에서는 한발 앞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로 2회째인데 인지도 면에서 취약한 편이다.
=맞다. 그것이 숙제다. 영화제가 셀 수 없이 많다. 오세훈 서울 시장이 영화제에 앞서 ‘그들만의 영화제’는 탈피해 달라고 하더라. 지난해 영화제가 학구적인 가족문제에 천착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가족들이 손잡고 와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에 초점을 둔다.
-3D 입체애니메이션 <플라이 미 투 더 문>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주제보다 3D라는 형식적인 측면이 강조된다.
=‘가족영상축제’라는 영화제 타이틀을 다시 되새기려 한다. ‘가족’은 영화제의 주제적 측면, ‘영상’은 가족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적인 측면을 고려했다. 이 두 가지가 이번 영화제의 핵심 사안이다. 마침 전세계적으로 3D 입체영화 제작이 활성화되는 추세고, 그 대부분이 가족영화다.
-영화제를 통해 고민한 ‘가족’의 개념은 어떤 것인가.
=전통적인 가족만이 가족이라는 개념에서 탈피해야 한다.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되는데 정작 그 부분에 대한 교육은 전무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아이들은 나와 다른 가족을 ‘나쁜 가족’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영화제가 일종의 계몽적인 역할도 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 상영 외에 해외공동제작의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눈에 띈다.
=겉치레만 하는 영화제에서 탈피하고 싶다. 이벤트를 남발하거나 해외유명 배우를 초청해 잠깐의 ‘쇼’를 즐기는 것이 영화제의 본질이 아니다. 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 발전의 터전을 마련하고 싶다. 지금은 한국영화의 침체기이고 공동제작은 하나의 타개책이다. 다들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네트워크가 없다. 그간 현업에서 쌓아온 네트워크를 이번 기회에 아낌없이 공개하려고 한다.
-가족영상축제의 정체성도 이번 기회를 통해 다져야 한다.
=가족이 함께 손쉽게 볼 만한 영화가 올해 30% 정도다. 내년에는 더 늘릴 계획이다. 또 관객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할 프로그램도 개발 중이다. 결국 올해는 대중적인 축제를 위해 그 초석을 다지는 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