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두번이나 울었는데….”
유진은 그렇게 조금 억울해한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 적이 없다고 들었다, 는 식으로 누군가가 묻자 나온 반응이다. ‘내가 은수(극중 유진)에게 얼마나 애착을 가졌는데 그걸 몰라주냐’는 투다. <그 남자의 책 198쪽>에서 은수는 매일같이 도서관에 찾아와 손에 집히는 책마다 198쪽을 찢어가는 좀 이상하지만 용모 근사한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유진은 발랄하고 굳세고 귀여운 도서관 사서 은수 역을 “저랑 되게 닮은 구석이 많은 애”라고 소개한다. 극중에서 은수는 실연의 상처를 갖지만 이 모호한 남자 준오(이동욱)를 만나면서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이걸 두고 유진은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은근히 가슴 찡해지는 영화”라고 덧붙인다.
<그 남자의 책 198쪽>은 유진의 두 번째 영화이고 감성적인 로맨틱물이다. 첫 출연 영화는 확실히 좀 이상했다. 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 같았다. 두 번째로 스크린에 모습을 선보인 이 영화의 은수 역은 여전히 전형적이기는 해도 우리에게 훨씬 가깝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선택도, 스스로의 연기도 더 좋아졌다. 그래서 이미 촬영을 마친 차기작 <로맨틱 아일랜드>에 더 기대를 걸게 한다. 내친김에 이번 영화에서 자랑하고 싶은 장면을 물었더니 “그건 말 안 할래요”라며 끝까지 도리질이다. “자랑할 수준은 아닌 것 같아서”다. “이건 확실한데요. 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진실하게 은수였던 것 같아요.”
가만히 보면 아직 조심스러운 게 많긴 하다. 정답을 말하려는 기색도 있다. 알려진 것처럼 성실한 종교인이어서 어떤 서적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니 “신앙서적”이란다. 만나보니 말도 당차게 하기보다 한자 한자 생각하며 기도하는 것처럼 나직하게 한다. 하지만 한때 가요계의 국민요정이었고 지금 막 배우로 첫발을 떼는 유진에게 조심스러워하는 태도를 흠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더 도약할 마음가짐이 그녀에겐 있다. “공포에 질려 괜히 소리치는 공포영화 주인공만 아니라면 뭐든지 다 해보고 싶은 준비가 되어 있어요.”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거든요. 이번이야말로 처음으로 길게 있어봤어요. 그런데 거기 느낌이 사랑의 설렘하고 비슷하더라고요. 도서관이 로맨틱한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유진 같은 사서가 일하는 가을 도서관이라면 책 읽으러 가고 싶은 사람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