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가상인터뷰] 인간을 사랑한 매혹적인 요괴, <화피>의 소위
2008-10-29
글 : 김경우
“어디 인간적인 남자 없을까요?”

-와! 아무리 ‘화피’(畵皮)를 둘러썼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우세요. <천녀유혼>의 섭소천 이후로 당신처럼 아름다운 요괴는 처음 봅니다.
=제가 사는 요괴마을에 귀신같이 그림 잘 그리는 환쟁이 귀신이 하나 있는데 다 그 양반 덕분이죠 뭐. AS를 안 해줘서 종종 피부를 벗어 손수 리터칭해야 하는 게 좀 불편하긴 하지만….

-섬세한 미모만큼이나 그림 실력도 섬세하신가 보군요. 아무튼 경국지색의 대명사라는 포사나 달기 같은 전설적인 미인도 당신만큼 매력적이진 않을 것 같아요. 당신의 미모면 나라 정도가 아니라 지구도 기울게 만들겠는걸요.
=아휴, 이 양반이 아부탕라도 달여드셨나 왜 이렇게 칭찬만 하실까? 그렇다면 말만 하지 말고 멋진 남자 좀 소개시켜주세요. 안 그래도 가을이라 너무 외로워 죽겠다고요.

-제가 유부남만 아니었어도…(퍽!) 흠! 안 그래도 당신 같은 아름다운 분이 싱글이라는 게 너무 안타까워서 제가 오늘 멋진 남자 리스트를 쫘악~ 뽑아왔습죠, 헤헤.
=호~! 기대되는걸요. 왠지 능숙한 중매쟁이 같으시다, 호호!

-자, 첫 번째 남자부터 보실까요? 루이스 드 포인트 두 락씨라고 정말 요괴계의 살아 있는 꽃미남이십니다. <뱀파이어의 인터뷰>에 등장하셨을 때 “저런 흡혈귀라면 매일밤 1리터씩 피를 바치겠다”며 수많은 여성분들의 헌혈(?) 열풍을 몰고 아주 매혹적인 뱀파이어시죠. 한참 잘나가던 시절의 브래드 피트랑 똑 닮은 진정 당신의 미모에 어울리는 최고의 신랑감입니다.
=흠…. 뭐 귀신도 까무라치게 할 그분 매력이야 진작부터 알고 있었죠. 하지만 전 보수적인 여자랍니다. 아무리 멋지다고 해도 국제결혼은 싫어요.

-아…! 그러신가요? 혹시나 그럴까 해서 두 번째 남자는 아주 동양적인 외모의 분으로 준비했죠. 바로 이누야샤씨입니다. 가끔 ‘흉포한 개’가 되긴 하지만 요괴답지 않게 상냥하고 의협심도 대단한 착한 요괴죠. 외모도 똘망똘망한 게 아주 귀엽습니다. 여기 사진이오.
=흠…. 뭐 요즘 인기 많은 훈남형 얼굴이긴 하네요. 하지만 전 이분이랑 맺어질 수 없답니다. 이누야샤란 이름을 한자로 풀이하면 견야차(犬夜叉)! 말 그대로 ‘개괴물’이란 뜻인데 어찌 저 같은 여우요괴와 개괴물이 맺어질 수 있겠어요. 여우랑 개는 상극이라고욧!

-그래도 여우도 같은 개과 동물인데…(퍽!) 아무튼 생각보다 꽤 남자 취향이 까탈스러우시군요.
=사실 전 인간 남자에게 더 끌린다구요. 제가 요괴라고 요괴를 사랑해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요괴들 말고 핸섬한 인간 남자는 없어요?

-글쎄요…. 굳이 인간들은 리스트에 넣지 않았는데…. 아! 그렇다면 <텍사스 전기톱 학살>의 래더 페이스나 에드 기인처럼 ‘인피’로 가면을 만들어 쓴 남자들은 어때요? 당신처럼 ‘화피’를 둘러쓴 걸 보니 취향이 비슷할 듯한데….
=(퍽퍽!)아니, 이 양반이 농을 걸어도 정도껏 걸어야지, 이 사람들은 인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살인마들이잖아요!

-아, 그러니까 왜 인간을 사랑하고 그래요? 사실 겉으로만 멀쩡해 보이지 속은 인두겁을 쓴 살인마나 화피를 둘러쓴 당신보다 더 짐승 같은 인간들이 얼마나 많다구요. 인간보다 요괴가 더 ‘인간적’인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뽑아온 요괴 리스트 중에서 한명 선택하세요. 자, 어디 보자…. 아! 여기 반 헬싱이 좋겠네. 원래는 뱀파이어 사냥하던 인간이었는데 늑대에게 물리는 바람에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죠. 늑대의 기운 덕분에 힘이 그냥…!
=아! 진짜…!(퍽퍽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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