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박영석 원정대, 에베레스트에 도전하다. <길> 첫 공개
2008-11-03
글 : 장영엽 (편집장)

일시 10월 31일 금요일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2007년 4월, 두 그룹의 한국인 원정대가 에베레스트산이 있는 네팔로 떠난다. 머리가 희끗한 원로 원정대는 30년 전 그들이 이룬 에베레스트 첫 등정(이들은 세계에서 8번째로 정상에 올랐다)을 추억하기 위해, 다부진 체격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박영석 원정대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개척한다는 목적으로 산에 오른다. 그리고 또 한명의 산악인이 이들을 쫓아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20년 등반 경력의 김석우 감독이다. 그는 한국인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록 영상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 원정대를 오가며 산과 사람들의 모습을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는다.

100자평

<길>은 에베레스트 등반 과정을 디지털로 찍은 산악 다큐멘터리 이다. 1977년 고상돈 대원을 비롯한 한국인 등반대가 세계 8번째로 에베레스트에 등반하는 쾌거를 이룬 기념으로 이제는 노년에 접어든 11명의 당시 원정대는 다시 에베레스트를 방문한다. 1977년 등반 성공 이후 지금까지 95명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올랐지만, 이는 인류가 발견한 15개의 에베레스트 등반 코스 중 5곳을 통한 등반이었고, 9개의 루트는 아직 시도된 적이 없다고 한다. 2007년 새로 꾸려진 박영석 대장 팀은 기존의 남동릉 코스 보다 훨씬 어려운 남서벽 코스에 도전한다. 남서벽 등반은 1975년 영국 등반대가 첫 등반에 성공한 이래, 한국 등반대는 1995년에 처음 성공하였는데, 이번에 박영석 대장은 남서벽에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 '코리안 루트'를 개척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김석우 감독은 1998년 <태양은 없다> 조감독으로, 코오롱 등산학교 정규반을 나온 뒤 2000년 울산대 탈레이사가르 원정에 참가, 해발 6,500m 까지 직접 등반하며 영상을 촬영했던 경력이 있다. 그는 이번 박영석 대장팀과 함께 7,300m까지 등반하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였고, 직! 접 나레이션을 입혔다. 7,300m이후 촬영은 오희준 대원 등이 촬영한 것인데, 영화는 오희준 대원과 이현조 대원의 결연한 대화를 건조하게 전하다가 불현듯 폭설과 실종소식과 수색요청을 전한다. 영화는 이들 시신을 수색하여 네팔 식으로 화장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사고로 분실되었다가 설원에서 발견된 캠코더에서 영상을 복원하고 편집을 마쳐서 영화로 완성한 것이다. 영화는 산악 다큐멘터리로서 대단한 희소성이 있지만, 극영화적 서술에 익숙한 관객이 보기에는 다소 무미건조해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상업영화 위주의 배급시스템에서 이러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어떻게 관객을 만날 수 있을 것인지, 다른 대안적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만든다.
- 황진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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