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 리뷰]
신윤복의 숨겨진 상열지사, <미인도> 첫 공개
2008-11-05
글 : 강병진
온라인 프리뷰/<미인도>

일시 2008년 11월 4일
장소 용산 CGV

이 영화

가문의 영광을 되찾으려는 한 그림쟁이 아비는 아들의 입신양명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고자 한다. 그러나 아들은 그림에 아무런 재능이 없다. 타고난 재능은 딸에게 있다. 재능을 추국하는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에 아들은 자살을 택하고, 아비는 딸에게 아들의 역할을 강요한다. 그래서 딸은 ’신윤복’(김민선)이란 이름을 가진 젊은 청년으로 자라고 당대 최고의 화가인 단원 김홍도(김영호)의 제자로 들어간다. 스승은 거문고를 연주하고 제자는 그에 맞춰 그림을 그리며 사제지간의 두터운 정을 쌓던 어느 날, 이들 앞에 난전에서 청동거울을 파는 강무(김남길)란 청년이 나타난다. 젊은 두 남녀는 함께 풍속화를 그리러 다니던 도중 연정을 느끼고 함께 밤을 보내며 사랑을 쌓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들을 지켜보던 김홍도는 질투심에 눈이 멀고,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말X3

"김영호 선배가 좀 과격하다. 정사신을 촬영할 때 나를 번쩍 들어올려 놀랐다. 그런데 추자현씨와의 애정신에서도 비슷하더라. 자현 씨도 그 장면에서 '꽥~'하고 비명을 지르는 걸 보고 선배의 과격함을 알았다." - 김민선

"저희 영화가 그동안 많은 기삿거리를 드렸다. 그러니까 너무 독기어린 눈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 추자현

100자 평

<미인도>를 관통해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시대에 저항했던 화가 신윤복의 정신이다. 이 거대한 흐름이 설명되어야, 신윤복을 둘러 싼 네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 <미인도>는 아쉽게도 이 핵심을 놓쳐버렸다. 신윤복의 그림이 그 시대에 갖는 긴장과 파격이 드라마에 전혀 형성되지 않음으로써 영화는 결국 진부한 멜로를 벗어나지 못한다. 기획의 나태함을 김민선의 파격적인 노출만으로 커버하긴 힘들다. 같은 소재를 차용한 TV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가진 기획력에 비해, 영화의 신윤복은 확실히 한 발 후퇴했다.
- 이화정 <씨네21> 기자

<미인도>는 굳이 신윤복과 김홍도란 실제의 인물을 가져오지 않아도 됐을 법한 이야기다. 영화는 신윤복과 김홍도의 작품에 숨겨진 사연을 상상하는 데 인색하다. <단오풍정> <이부탐춘> <서당도> <씨름도>등 영화에 등장하는 그들의 그림은 오로지 그들이 눈으로 본 것을 옮긴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비가 남장을 시켜서 궁에 들여보낼 정도로 뛰어난 그림실력을 가진 윤복의 재능을 드러내는 부분도 인색하긴 마찬가지. 팩션으로서의 흥미로움을 드러내는 대신 <미인도>는 한 여장남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욕망이 부대끼는 갈등를 그려냈다. 하지만 폭력적인 섹스로 나타나는 김홍도의 윤복을 향한 집착이 그의 슬픈 사랑을 대변하는 것도 어색할 뿐더러, 그런 홍도에게 몸을 던지는 윤복의 행동도 이해하는 어렵다. 다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극중 윤복의 눈을 통해 묘사되는 당대의 성풍속일 것이다. 청나라의 체위교습서를 시연하는 기생들의 과도한 몸짓과 야사모음집에서나 봤던 승려와 세도가 여인의 정사등은 분명 여타의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 강병진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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