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봅시다]
[알고봅시다] 지금 아르헨티나는 탱고 붐!
2008-11-06
글 : 정재혁
천재 뮤지션 23인의 공연 담은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의 정체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기획한 영화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는 동명의 공연 실황과 그 준비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는 ‘탱고의 황금기’, ‘1940년대 아르헨티나’, ‘마에스트로의 재회’ 등 커다란 타이틀로 과거를 추억할 뿐 당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지 않는다. 탱고의 천재 뮤지션 23인이 모여 만든 공연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의 정체는 뭔지, 그리고 그들의 혼이 넘실대던 1940년대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어떤 풍경이었는지. 영화가 빈칸으로 남겨둔 몇 가지 질문의 답을 미리 알아보았다.

1. 한 음악가의 아르헨티나 횡단이 시작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Cafe de Los Maestros)는 영화의 프로듀서인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25년 전 만들었던 앨범 <De Ushuaia a la Chiaca>의 속편 같은 작업이기도 하다. 산타올라야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는 작업의 일환으로 포크 뮤지션 레온 지에코와 함께 1983년 아르헨티나를 횡단했고 그 여정에서 만난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De Ushuaia a la Chiaca>> 앨범을 완성했다. 그리고 2003년 ‘Cafe de Los Maestros’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탱고의 황금기를 수놓았던 전설적인 뮤지션들을 불러모은 앨범과 공연을 계획했다.

2003년 녹음을 시작해 2004년 발매된 두장의 앨범은 2006년 라틴 그래미상에서 ‘최고의 탱고 앨범상’을 수상했다. 2006년 공연을 계기로 모인 23명의 음악가들은 콜론 극장에서의 공연 이후에도 파리· 베를린·뉴욕 등을 돌며 공연 투어를 했다. 극중에도 등장하는 ION 스튜디오는 1940, 50년대 수많은 탱고 뮤지션들이 앨범을 생산했던 곳. ION 스튜디오과 콜론 극장은 ‘Cafe de Los Maestros’의 뿌리 같은 공간이다.

2. 마에스트로 23인, 대부분 팔순 넘어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카페>의 원제를 번역하면 ‘마에스트로들의 공연’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23인의 인물들은 탱고의 전성기를 살았던 전설적인 뮤지션들. 이제는 모두 80이 넘은 노인들이지만 그들은 2006년 이후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한다.

반도네온 연주자인 레올폴도 페데리코는 ‘Di Adamo-Flores’의 멤버로 활동을 시작한 뮤지션. 자신의 밴드를 만들기 전까지 후앙 카를로스 코비안, 알프레도 고비, 카를로스 디 살리, 호라시오 살간 등 대가들과 연주한 경력의 실력자다. 영화 후반부 구성진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하는 보컬 버지니아 루케는 30편이 넘는 영화에도 출연했던 뮤지션. 십대에 데뷔해 ‘Cafe de Los Maestros’에 합류하기까지 일본에서 활동했다. 루이스 푸엔조 감독의 영화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피아니스트 아틸리오 스탐포네, ‘탱고 올 스타즈’의 리더로 전세계를 돌아다녔고, 유명한 탱고 넘버 <Terrenal, Racconto> <Al Maestro con Nostalgia>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카를로스 가르시아도 극중 인물 중 한명이다. 안탑깝게도 23명의 마에스트로 중 3명은 영화 제작 중 숨을 거뒀다.

3. 1940대에 남미 대륙은 뜨거웠네

1940년대 밀론가스 풍경관

탱고는 런던과 파리의 댄스 플로어를 휩쓴 최초의 3세계 음악 장르다. 쿠바의 하바네라 음악, 아프로 아르젠틴의 칸돔베,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건너온 폴카, 마주르카 등에 기반을 둔 탱고는 1940년대 인기가 정점에 올라 남미 대륙을 뜨겁게 했다. 주안 다리엔조, 아니발 트롤리오, 호라시오 살간 등에 의해 정교하게 다듬어졌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노동계층만이 즐기던 초기와 달리 1940, 50년대엔 아르헨티나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음악 장르가 됐다. 70년 이후 정치적인 격변과 스윙, 포크, 로큰롤의 물결이 오기까지 남미인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음악.

최근엔 고탄 프로젝트나 구스타보 산타올라야가 기타리스트로 있는 바조폰다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다. 일렉트로니카를 뒤섞은 이들의 음악은 전통적인 탱고 형식을 새롭게 다듬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산타올라야의 말에 따르면 최근 아르헨티나엔 1940, 50년대보다 더 많은 밀론가스(탱고 댄스 홀)가 생겼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반도네온을 배운다고 한다. ‘일레트로닉 탱고’라 불릴 이들의 음악은 댄서블한 느낌이 준 대신 탱고의 멜랑콜리한 느낌을 더 강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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