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61] <천년학> 소품
2008-11-10
글 : 최소원 (한국영상자료원 프로그램팀)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1번째는 남양주종합촬영소의 김호길이 기증한 <천년학> 소품입니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쉼없는 작품 활동을 해온 한국영화사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2006)은 “영화인생의 역량을 총체적으로 집결해보자”고 했던 감독의 의지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청준의 연작 중 <서편제>와 <소리의 빛>을 묶어 <서편제>(1993)를 만들었고, 3편인 <선학동 나그네>의 영화화는 학이 날아들고 방파제에 물이 들어오는 몽환적 장면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자신이 없어 포기했었다. 최근 <춘향뎐>(2000)의 컴퓨터그래픽 장면이나 <취화선>(2002)에서 장승업(최민식)이 불가마로 들어가는 장면 등에서 CG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빠른 리듬에 지쳐 있는 현대를 살아가면서 우리 삶의 속도를 좀 유장하게 가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서 <천년학>을 100번째 영화로 시작하게 되었다. <서편제>의 속편인 셈이다.

이청준은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끊임없는 소설과 영화의 싸움이 되는데 임권택 감독은 소설을 업그레이드해주는 감독으로 보탤 수 있는 힘을 다 털어 쏟아붓고 싶다”며 무한한 신뢰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천년학>의 시나리오 작업은 임권택 감독과 이청준이 공동작업으로 완성했다. 오정해 역시 13년 만에 ‘송화’로 다시 돌아왔다. 그동안 ‘소리’와 함께 ‘송화’로 살아왔고 <천년학>으로 새롭게 사랑을 만났다. <서편제>와 다른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랑’이 중심에 있고 ‘소리’가 이것을 흐르게 한다. 임권택 감독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탄스러운 사랑을 담아가다가 그것이 소리로 승화되어 가는 영화를 찍고자 했다”고 한다.

<천년학>은 임권택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정일성 촬영감독은 물론이고, <서편제> <만다라> 등에서 오랜 세월 함께 호흡을 맞추었던 소품의 장인 김호길에게도 특별한 작품이다. 한국영화박물관에 전시 중인 <천년학>의 소품은 군대에 간 동호(조재현)가 누이 송화를 위해 탄피를 잘라 정성껏 다듬어 만든 반지로, 영화 전반의 동호와 송화가 만나고 헤어지며 끊어질 듯 30년 사랑의 애틋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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