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이 66살로 숨을 거뒀다. 크라이튼은 지난 11월5일 수요일 로스엔젤레스의 자택에서 지병인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그의 가족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크라이튼이 “암과 용기있게 맞서 혼자 투병하다 사망했다”고 말했다.
1942년 시카고 일리노이주에서 태어난 마이클 크라이튼은 저널리스트인 아버지 밑에서 글쓰기를 익히기 시작했고 2m에 달하는 신장은 그를 또래보다 조숙하게 만들었다. 현실 도피의 수단으로 책읽기와 공부에 매달렸던 모범생 마이클 크라이튼은 하버드에 진학하여 영문학과 의학을 전공하면서 가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대학교를 수석졸업한 뒤에는 의사 대신 소설가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69년 본명으로 발표한 <안드로메다의 위기>로 추리소설 작가에게 주어지는 에드가상을 수상하며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안드로메다의 위기>가 영화화되면서 할리우드 감독들과 작업하기 시작한 크라이튼은 <쥬라기 공원>(1993), <트위스터>, <콩고>(1995) 등 다양한 블록버스터 SF영화의 원전을 집필한 것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이러한 공로로 미국 작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한 크라이튼은 감독의 자리에 직접 뛰어들어 <율 브린너의 이색지대> <숀 코너리의 대열차 강도>처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완성하기도 했다. 또한 에미상을 수상한 드라마 <ER>에 제작총지휘로 참여하면서 TV시리즈에 손을 대기도 했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사람들은 사망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크라이튼과 40년간 친분을 맺어온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의 재능은 <쥬라기 공원>의 공룡들보다 경이로웠다”고 했으며 <ER>의 프로듀서 존 웰스는 “크라이튼이 훌륭하고 재밌으며 박식하고 친절한데다 놀랍도록 호기심이 많았고 언제나 사려깊은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크라이튼은 지구 온난화를 다룬 <스테이트 오브 피어>를 비롯하여 주로 신기술의 폐해나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해박한 전문지식으로 묘사했다. 톰 클랜시나 존 그리샴에 비견되는 그의 작품세계는 ‘테크노 스릴러’라는 단어로 일축된다. 그러나 책과 영화 속에서 태풍을 부르고 공룡을 울부짖게 하던 조물주도 죽음이란 재난은 피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