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아이돌입니까.
국내 스타의 경우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이 대다수가 한눈에 아이돌이거나 아이돌이 아니지만 일본의 잡지나 인터뷰 프로그램, 혹은 할리우드의 연예 프로그램엔 저 질문에 주저하는 배우들이 꽤 있다. “아이돌이라 불리면 억울하다” 인상짓던 나리미야 히로키나, <바스켓볼 다이어리> 때의 객기를 용기삼아 질문에 조롱을 던지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학창 시절의 이지메 경험으로 대답을 대신하던 아오이 유우 등. 스스로를 아이돌이라 흔쾌히 답하지 못하는 이 장면들은 이상하게 마음을 흔든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섰더니 자신도 모르는 화려한 스타가 인사를 건네는 듯한 느낌의 대변이랄까. 혹은 아이돌이라 규정되어진 일정한 외적 틀 속에 마음까지는 포획당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의 표출이랄까. 스스로를 아이돌이란 수사 속에서 꺼내려는 저 부정의 답변은 멋진 그림처럼만 느껴지던 스타가 마침내 마음을 여는 순간 같다. 당연히 신나하고 밝게 미소지을 줄 알았는데 인상을 쓴다. 마음이 동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개봉할 무렵 배우 유아인은 “아이돌이라 독립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줄 알았다”는 제작자 김조광수의 말에 “저 아이돌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사람들은 고아라, 김시후와 함께 출연한 청소년드라마 <반올림>(2003)을 두고 그를 아이돌이라 수식했지만 사실 유아인은 <반올림>에서도 세상을 냉소하는 학생이었다. 스스로의 문제는 가슴에 품고 학교라는 시스템을 좋은 성적으로 쉽게 패스해버리는 그런 인물. 그는 다음해 조한선의 아역으로 출연한 드라마 <4월의 키스>에서도 조숙했다. T. S. 엘리엇의 책을 읽으며 막을 열었고, 친구의 눈치를 보느라 사랑을 고백하지 못했다. 이후 출연한 노동석 감독의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정윤철 감독의 영화 <좋지 아니한가>는 그가 아이돌 스타가 아님을 조금 더 진하게 새긴 작품들이다. 그는 여느 아이돌 스타처럼 밝고 화사한 외모를 가졌지만 동시에 상처에 익숙한 듯 아슬아슬하다. 청소년 대상 일요 아침드라마에 흘러나왔던 나른하고 냉소적인 위저의 노래 <버터플라이>처럼 그는 달콤하게 포장된 이름 뒤로 어둠을 몇 봉지는 숨기고 있는 것 같다.
유아인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이하 <앤티크>)에 출연했다. 부상의 상처를 가진 전직 복서 파티셰 견습생 역할이다. 그는 이전과 달리 상처를 유쾌하고 직설적으로 푼다. 닥치는 대로 케이크를 먹고 내키는 대로 이 말 저 말 내뱉는다. 사실 영화에서 빛나는 건 유아인보다는 주지훈이지만 이리저리 부딪히며 투박하게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범 캐릭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눈길을 잡는다. 여전히 싸우고 있는데 이번엔 웃는다. 그래서 유아인을 만났다. 역할을 위해 5kg 정도를 찌운 그는 생각보다 더 잘 웃었고 생각보다 더 신중했다. 그에게 이제 와서 다시 ‘아이돌입니까’라고 물을 필요는 없었지만, ‘아이돌이 아닌 당신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란 질문은 말을 바꿔 몇번을 해도 새로웠다. 스스로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 게 그의 과거였다면 유아인의 미래는 그 비범함이 진짜 자기 것인지를 확인하는 시기일 듯싶다. 유아인과 함께 한 100분간의 질문, 그리고 답변들.
-영화를 본 소감은 어떤가요.
=일단은 만족스러워요. 저 역시 마케팅에 속아 단순히 네명의 꽃미남이 나오는 영화로 생각했던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웃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네명의 남자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냐였는데 그런 면에선 만족스러워요.
-기범 역할은 어땠나요.
=그냥 또래 아이 같아요. 그동안 제가 해왔던 역할들이 비범한 아이들이었다면 기범이는 깔끔하고 건강하고 심플한 또래 캐릭터예요. 청춘을 다룬다고 항상 뭔가 특별한 설정이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생각보다 기범의 분량이 적은 것 같았어요. 기범의 드라마가 좀 소홀히 다뤄진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편집된 부분이 있나요.
=워낙 많이 잘라놓은 영화라서. (웃음) 전체적으로 영화가 어떻게 완성됐는지에 집중했기 때문에 섭섭한 마음은 없어요. 그냥 제가 맛있는 영화에 적당량의 재료로 쓰였다고 생각해요.
-영화 찍기 전에 복싱을 배웠죠? 운동을 워낙 싫어한다고 들었는데.
=(웃음) 실제로 운동 되게 안 좋아해요. 작품하면서 어떤 전문 직종의 기술을 배운 적이 처음이거든요. 사실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힘들더라고요. 영화에 필요한 동선, 합 맞추는 정도로 했지만 일단 액션스쿨 가면 체력단련 한 시간씩 하니 힘들었죠.
-주지훈씨 인터뷰 보니 서로 연기에 대해 지적해주면서 촬영했다고 하던데요. 그게 어떤 과정이었나요.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색을 드러내기보다 넷이 함께 모여 이뤄지는 부분이 많다 보니 하나의 신에서 각자 어떻게 연기를 조절하고 배합할지 얘기했어요. 연기를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더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였죠. 리액션이 중요했던 것 같고, 그냥 무언가를 하려 하기보다 공간에 저를 놓아둔 것 같아요.
-그래도 본인이 가지고 있는 기범이란 캐릭터를 포기하고 가는 성격은 아니지 않나요.
=그건 그렇죠. 기범이 보여줄 것들을 더 많이 보여주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제가 처음 생각한 기범이의 모습을 생각할 때 결과물은 만족스러워요. 그냥 21살 또래의 건강함, 유쾌함, 또래다움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본인은 20대 초반의 건강함, 그 또래의 밝음, 활기참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요. (웃음) 아무래도 전 기범이만큼 건강하진 않아요. 제 또래만큼 건강하지도 않고요. 물론 저도 친구들과 있으면 웃고 떠들고 욕도 하고 장난도 치지만 이면엔 그렇지 못한 면도 있어요. 그건 경험의 양과는 상관없고 고민의 깊이, 생각의 차이인 것 같아요. 제가 와이드하게 경험을 한 사람은 아니지만 같은 경험의 선상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도 그렇고요.
-기범의 경우 영악한 선택이었다고 말한 걸 봤어요. 그 이유가 또래의 건강함을 놓치고 지나가기 두려워서라고 했던데요.
=그냥 저라는 사람 자체가 가진 남다른 면에 너무 심취했던 것 같아요. 그게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했고 어릴 땐 우월하다고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정작 남들이 할 수 있는 것, 내 또래 아이들이 보여주는 걸 나는 보여주지 못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지금도 매 순간이 지나가버리는 게 두렵거든요. 아까 사진 찍으면서 성숙해졌다, 변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런 게 달가운 일은 아니에요.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웃음) 어린 것,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 생각할 수 없는 상태에 심하게 집착해요. 원래는 그러지 못하니까 그런 거겠죠? (웃음) 그래서 더 지나가버리기 전에 이 순간들을 일기 쓰듯, 글 쓰듯 기록하고 싶어요.
-그런 생각을 특별히 하게 된 시기가 있나요.
=사실 예전엔 저의 다른 면, 또래와 다른 특별함에 대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 이야기를 누군가가 꺼내줘도 그냥 부끄러운 듯이 넘어갔고요. 그런데 이젠 이야기해요. 전 달라요. (웃음) <앤티크>를 들어가면서 그리고 지금까지 그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왜 고통을 즐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젠 그게 즐겁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은 거예요. 조금 더 건강하고 싶고 또래답고 싶었어요. (웃음) 나도 그냥 바로 눈앞에 있는 것들만 보고 그것들만 고민하며 살면 좋겠는데 왜 그러지 못하는지, 이 앞의 것들이 왜 나한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는지. 그런 걸 못하는 게 싫은 거죠. 아직도 확실히 말하긴 힘들어요. 싸우는 과정이라. (웃음)
-<반올림>부터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좋지 아니한가>, 그리고 드라마 <최강칠우>까지 맡은 인물들이 조숙한 느낌이에요. 풀어야 할 과제들도 많은 캐릭터고요. 시나리오 보면서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게 뭐예요.
=지금은 딱 두개예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때는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좋지 아니한가>에선 그 영화의 일원이 되고 싶었어요. 감독이 누구고, 어느 회사에서 투자하는지는 나중에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인물을 많이 보나요.
=네. 영화 보는 취향도 인물 중심이에요. 제 최고의 관심사가 사람이고요.
-본인의 결정이 더 크겠지만 작품 결정할 때 소속사의 의견도 듣나요.
=이야기는 하시는데 들리진 않고요. 아하하. 소속사 말로 인해 제가 하고 싶지 않은 걸 했던 것 같진 않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물론 한 회사에 소속된 배우로서 어떻게 비쳐지는지도 중요하겠지만 그로 인해 내가 데미지를 받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론 원하지 않은 걸 가끔 하게 될 때도 있어요. 근데 그럴 때마다 ‘아, 정말 하면 안되는구나’ 싶어요. (웃음) 단순히 싫어서가 아니라 제가 크게 상처를 입어요. 병 드는 것 같아요.
-상처를 주는 게 어떤 것들인가요.
=음…, 인터뷰도 기분 나쁜 거 하고 나면 정말 죽고 싶어요. 인터뷰란 게 기본적으로 대화를 해야 하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은 경우, 저 사람한테 내가 분해당하고 있을 때. 저는 상처받지 않으려 애쓰고 이 시스템은 어쩔 수 없이 저를 구석으로 밀어넣고.
-긴장되네요. (웃음) 기분 나쁜 인터뷰는 어떤 거예요.
=(웃음) 내가 한 이야기를 듣지 않고 그 안에서 건수를 찾는 거죠. 권위의식을 가진 기자분도 있고요. 사실 제가 원하는 대답을 잘 안 해드리는 편이에요. 그래서 한번은 어떤 기자분이 답답하셨던지 ‘기자한테 잘 보이려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돼요’ 그러더라고요. 난 당신한테 잘 보이려고 여기 온 게 아닌데, 나 좀 팔아주십쇼라고 있는 게 아닌데.
-뭐라고 답했어요.
=아무 말 안 했죠. 거기서 제가 기자랑 싸우겠어요? 사실 당연히 싸워야 할 일인데 그러지 않는 제가 또 너무 싫은 거고요. 나는 당신이 보고자 하는 만큼 다 보여줄 수 있는데 당신은 요것밖에 보려 하지 않는다, 요것밖에 보지 못하면서 뭘 보여주길 원하나, 그런 느낌 들어요. 아쉬워요. 인터뷰가 단순한 홍보수단인가요? 내 이름 조금 더 알리는, 나를 장식하는? 아, 이제 영화 이야기해요. (웃음)
-(웃음) 네. 조금 다른 이야기해볼게요. 영화 이야긴 아닌데요, 올해는 5년 만에 드라마에도 출연했어요. <최강칠우>의 흑산 역할이죠.
=그냥 제가 해볼 수 없던 역할 같아 출연했어요. 그 작품 하면서는 사실 음…, 제 선택이 후회로 남지않게 하려고 굉장히 노력했어요. 그게 가장 중요했고요. 시청률이 잘 나온 것도 아니고 작품으로서 높게 평가받지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하나의 경험이었어요. 사실 되게 힘들었거든요. 영화를 하면서 느낀 캐릭터의 어떤 감정적인 고통보다 더 힘들었어요. 두번 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냥 그런 것도 해봤다는 점에서 만족해요. … 너무, 너무 힘들었어요. 정말.
-육체적인 부분 때문인가요.
=아뇨. 육체적인 건 상관없어요. 현장이 즐겁지 않았어요. 제가 저다울 수 없었고요. 답답했죠. 소통도 잘 안됐고, 감독님은 권위적이고. (웃음) 근데 이런 이야기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왜 이리 편하게 이야기하지? 음… 어쨌든 아닌 건 아닌 거니까. 배우가 도구처럼 쓰이고 기계가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은 정말 유쾌하지 않죠. 조금 더 좋은 작품 위해 이야기 많이 나누고 서로에게 귀기울이면 좋을 텐데 그렇지 않았어요. 사실 드라마는 더 있다가, 나중에 하려고 했었거든요. 그러다 일단 해보고 이야기하자 생각했던 건데…. 지금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사실 <최강칠우>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사극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 고민이지 않을까 했어요. 아무래도 유아인이란 배우가 사극을 하기엔 아직 어려 보일 거라 생각했죠.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는 건 사실 전혀 어려운 게 아니에요.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최강칠우>를 보고 저를 좋아하게 된 팬들에겐 죄송하지만 저에겐 그 작품이 행복했던 기억이 아니에요.
-그런데 태닝하지 않았나요.
=(웃음) 네? 아뇨. 따로 하진 않았고요. 원래 까매요.
-예전보다 피부가 까매진 것 같아서요. 뭔가 조금 더 강한, 유약하지 않은 외모를 갖고 싶어하는 건가 생각했어요.
=(웃음) 아니요. 수컷 되고 싶지 않아요. 그냥 제가 변해가는, 성장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유아인이란 배우에게 미니홈피가 꽤 중요한 부분이 된 것 같아요. 보통의 연예인들과 달리 자기의 깊은 이야기까지 글로 쓰잖아요. 그리고 그 글들이 꽤 냉소적이에요.
=음…, 사실 제가 그렇게 매번 우울하고 냉소적이고 부정적이진 않아요. (웃음) 그냥 남들이 모르고 스쳐지나가는 것들, 예쁘게 포장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정말 까발리고 싶을 뿐이에요. 대중의 마네킹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고요. 처음엔 성숙한 척한다, 멋있어 보이려 한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저한테 잘 달라붙은 것 같아요.
-글을 쓸 때 보는 사람들을 의식하나요.
=당연하죠. 미니홈피는 그냥 어쩔 수 없이 제가 가진 표현 욕구 중 하나고요, 당연히 그걸 봐줬으면 하는 욕구도 있어요. 지금은 그냥 잘한 짓이라고 생각해요.
-따로 다이어리도 쓰나요.
=네. 미니홈피에 100개의 글이 보여진다면 900개의 보여지지 않는 글이 있어요.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자줏빛 소파에 앉아 립밤을 바르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면서 유아인이 동성애자다라는 소문의 증거처럼 돼버렸어요. 네티즌이 온갖 추측과 작문으로 게시글을 작성하고 뿌렸는데, 그 사진에 대해 ‘해볼 테면 해봐라’라는 식의 멘트를 달았더라고요.
=그들이 부끄러워하기를 바랐어요. 정말 부풀려지고 와전되고 왜곡된 소문의 당사자는 정작 이렇다, 니들이 알아서 놀아라, 뭐 그런 마음이었어요. 저 상처받았고요, 답답했어요. 그들이 제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서가 아니라 제가 누군가에게 놀잇감이 됐다는 게 싫었어요. 그냥 구설수에 오르기 싫으니 사진을 지워버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 이걸 다시 봤을 때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단 생각이었어요.
-인터넷, 언론에 의한 잡음은 배우를 하는 한 계속 따라다닐 텐데요. 그런 고민은 어떻게 정리해요.
=아직 그것에 대해선 확신이 없어요. 선배들은 그냥 무시하라거나 그것 또한 관심이라고 얘기하는데 전 그럴 수 없어요. 여전히 상처받고 힘들어요. 어떻게 보면 연예인에 대해 대중이 환멸이 심하구나 싶기도 하고요. 대중이 욕하기 좋아하고 나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연예인이 매일 거짓말을 하니까, 과장되게 자신을 포장하고 있으니까. 웃긴 예로 모두가 다 수술하고 안 했다고 거짓말하잖아요.
-근데 담배 안 피우네요.
=여기 금연 아닌가요? 미쳐버릴 것 같긴 해요. (웃음)
-언제부터 피웠나요.
=(웃음) 열여섯?
-지금 혼자 살죠.
=네. 17살 때부터.
-고등학생 때 교문 앞에서 스카우트되어 서울로 올라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학교는 그만둔 건가요.
=서울로 전학 온 다음에 그만뒀어요.
-이유는 뭐예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음…, (웃음) 거창하진 않고요. 그냥 싫었어요. 학교에 분란을 일으킨 건 아니었는데 그냥 학교란 시스템이 저랑은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럼 검정고시 보고 대학에 간 건가요.
=네.
-대학생활은 즐겁다는 멘트를 본 것 같은데요.
=저 그런 멘트 한 적 없는데. (웃음) 대학생활 해본 적 없어요. 학교 두세번 갔어요. 한참 학교를 안 다녔기 때문에 대학은 재밌을까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뭐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처음 학교 갔을 때 어떤 선배가 와서 그랬어요. 학교를 다닐 거니, 말 거니. (웃음) 다녀야죠, 돈 냈는데. 다음에 또 갔는데 이번엔 저보다 나이 어린 선배가 와서 ‘사회생활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그러더라고요. (웃음) 으하하. 안 가야지. 나는 똑같은데 본인들이 편견을 갖고 그 안에서 제가 평범해지길 바라는 거 같아요.
-<놀러와>(11월10일 방영) 출연했죠? 불편하진 않았나요.
=불편해요. 그냥 해야 하니까 하는 거 같아요. 정말 저답지 않은 모습만 그려놓고 온 것 같고요. 전 모든 사회적 시스템에 적응이 쉽지 않아요. (웃음) 막상 주어지면 어떻게든 하긴 하는데 그런 것들로 인해 정말 건강하지 않게 돼요. 병들어요. (웃음)
-배우도 연예인인데 연예생활 평탄할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소속사 사람들과 상담은 하나요.
=잘 이야기 안 해요. 얼마 전에 사무실 분들이랑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나를 좋아하는 팬들보다 저를 더 모르고 있더라고요. (웃음) 팬들은 내가 나아갈 길, 나에게 원하는 것들을 제시해주는데 나와 일을 하는 사람들이 그런 걸 캐치하지 못하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냥 저는 적당하게 감각있고, 적당히 연기하고, 적당히 만들어지는 그런 배우는 하고 싶지 않다고 얘기했어요. 저만의 세계가 있었으면 좋겠고, 어떤 역할을 받았을 때, 유아인의 2안이 존재하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의례적이긴 한데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그림이 어떤 건가요.
=요즘 가끔 하는 이야기인데 저는 연기자 유아인이 비쳐지는 모습이 <트루먼 쇼>였으면 좋겠어요. 모든 게 보여지진 않고, 스폿으로, 부분부분 보여지는. 하지만 거기서 유아인이 살아가는 게 보이는. 작품을 볼 때도 그런 점을 신경쓰고요. 그게 정말 유일한 자기만의 것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