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연출한 김조광수 감독이 김혜성을 캐스팅한 이유는 다소 놀랍다. “내 어린 시절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푸훗.” 그의 말에 주위 사람들이 비웃은 이유는 순전히 김혜성의 가공할 외모 때문이었을 것이다. 곱상하다 못해 예쁜 얼굴을 가진 스무살 배우를 놓고 ‘닮음’을 논하는 건 그처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10대 소년들의 ‘샤방샤방’한 첫 만남을 묘사하고자 했을 때, 김혜성의 외모는 거역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을 것이다. 심사숙고한 쪽은 당연히 김혜성이었다. 대사 한줄없는 시나리오, 그리고 동성애의 사랑. 처음 본 시나리오는 “별로”였고 두번, 세번을 읽고 나서야 출연을 결정했다. “대사가 없는 대신 미묘한 표정연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 같더라. 동성애의 감정은 감독님과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았다.”
물론 기존의 이미지를 답습하는 건 아닐지에 대한 걱정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제니, 주노>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드러난 김혜성은 그저 예쁘장하고 순수한 아이였고 무성의 존재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이미지가 오해라고 주장하려는 듯 여러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신의 탈 많은 과거를 털어놓곤 했다. “가출을 많이 해서 부모님 속을 썩였다”거나, “나도 여자친구가 있다”거나. 그럼에도 <소년, 소년을 만나다>를 선택한 이유는 “이미지를 바꾸는 게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더라”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변해야 한다고 나만 조급해봤자 결국에는 나만 힘들더라. 남들이 그렇게 봐주지 않는데, 굳이 억지를 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긴 이미 우리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그의 카리스마를 보지 않았던가. 윗니로 아랫입술을 깨문 채 눈을 치켜뜬 그의 표정을 보고 사람들은 ‘터프민호’란 애칭을 붙여줬다. 그리고 신나게 웃었다. 그러니 김혜성 자신도 이제는 자신의 외모를 거역할 수가 없을 것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는 우리나라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는 배우를 꿈꿨다. 하지만 이제는 꾸준히 연기를 하는 게 꿈이다. 계속 연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얼굴도 변하지 않을까? 아직 나한테는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많으니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