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호화로움, 그러나 외로움
2008-11-18
글 : 문석
사진 : 최성열
<펜트하우스 코끼리> 촬영현장

하룻밤 자는데 방값이 450만원! 11월12일 저녁 <펜트하우스 코끼리>의 촬영이 이뤄지는 곳은 서울의 한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뻥’을 섞어 말하면 넓이가 학교 운동장만하고 고급스러움이 유럽 왕궁에 맞먹는 이곳은 영화에서 펀드매니저 진혁(이상우)이 사는 펜트하우스로 바뀐다. 이날 촬영분량은 여기에 놀러온 진혁의 친구 현우(장혁)가 강남의 아련한 야경과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외로움을 발견하는 장면이다. 그는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진혁과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처럼 호화로운 곳에서 곱씹는 외로움은 어떤 것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드라마 <타짜>를 찍느라 바쁘기 짝이 없는 장혁이 도착하자 현장은 슬슬 달아오른다. 다른 스케줄을 마치고 택배기사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채 이곳으로 오고 있는 이상우를 기다리면서 장혁은 모니터로 지난 촬영분량을 체크한다. 살인적이라 할 만한 스케줄 탓에 얼굴이 티나게 홀쪽해진 장혁은 “대학 때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처럼 마침표를 찍지 않는 모호한 느낌 때문에” 이 영화를 택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사진작가 현우는 모든 것을 프레임 안에 집어넣으려 해왔지만 이제 그곳에서 나가기를 욕망한다”며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마침내 이상우가 도착하자 정승구 감독의 굵고 힘찬 “레디” 소리와 함께 63회차 촬영이 시작됐다.

여피처럼 사는 30대의 세 친구가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갈등하고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한다는 이야기 <펜트하우스 코끼리>는 11월 말이면 촬영을 모두 마치고 내년 초 개봉을 위해 후반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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