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선암사에서 있었던 첫 촬영 때 찍은 사진이다. 아직 민선씨랑 친하지 않았던 때다. 현장에서 누군가가 민선씨가 108배를 드리러 올라갔다고 하더라. 알고 보니 독실한 불교신자였다. 그래서 쫄래쫄래 쫓아 올라갔다. 그런데 108배를 끝냈는지 내려오더라. “지금 다 하고 내려오신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사진 촬영을 위해서라도 한번 더 절을 해달라고 했다. (웃음) 절을 하는 모습이 정말 다부진 결심을 한 듯 보이더라. 촬영 내내 그런 심정으로 달려간 것 같다. 여배우들이 웬만해서는 노출장면을 찍을 때,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하게 마련이지 않나. 그런데 민선씨는 나에게까지 촬영장에 들어와서 자신의 모습을 찍어달라고 했다. 이 배우가 이 영화에 뭔가를 걸고 있겠구나 싶었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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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노주환 스틸 작가(<미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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