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인도>가 요즘 극장가의 단연 화제작이다. 개봉 둘째 주 130만명을 넘기면서 흥행에 탄력이 붙었다. 그 중심에 배우 김민선이 있다. <미인도>의 인기는 김민선의 노출과 물오른 연기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TV씨네-느린 인터뷰]가 미인도의 김민선과 느긋한 시간을 보냈다.
<미인도>의 신윤복을 연기하기 전까지 김민선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1999년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로 데뷔해 그 해 백상예술대상과 영평상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화려한 시작이었다. 2002년 드라마로 활동 무대를 옮겨 <현정아 사랑해>에서는 발랄하고 당돌한 청춘을 연기했고, 2년 뒤 조승우와 호흡을 맞춘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에서는 한국 여성의 단아한 고전미를 선보였다. 이후 2007년 저예산 영화 <별빛속으로>까지 영화와의 인연은 이어졌다. 그러나 데뷔는 화려했지만, 영화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미인도>의 성공은 김민선을 흥행 배우 반열에 올려놓기 충분했다. 화가 신윤복의 숨겨진 일생을 중심으로 그려진 네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이란 소재가 눈길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김민선의 첫 파격 노출이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이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김민선은 <미인도>의 노출 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민선은 “극중 남자에서 여자로 돌아오는 윤복의 꽃이 활짝 펴야하기 때문에 꼭 필요했던 장면”이라면서도 “물론 인간 김민선이었다면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말일까? 연기자 생활 10년 동안 발랄하고 털털한 매력으로 자신을 감쌌던 김민선이 신윤복을 통해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노출 뿐 아니라 신윤복의 내면까지 집요하게 파고든 연기에 대한 열정은 김민선이 더 큰 배우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민선이 “<미인도>를 찍지 못하면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은 빈말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셈이다. “신윤복의 감정선을 매순간 놓고 싶지 않아 배웠다”던 동양화는 더 나은 연기에 대한 집념을 넘어 연기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보였다.
<미인도>의 신윤복은 김민선이라는 배우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을 깨려는 제대로 된 시도다. 과거 다소 뜬금없었던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김민선에게 입혀진 편견을 씻어내려는 첫 도전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연기자가 아니라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엔터테이너 김민선’이라는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그때도 김민선은 “배우의 자존심은 연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당했다.
그로부터 1년 뒤 김민선은 <미인도>를 통해 배우의 자존심을 지켰다. 기존의 밝고 씩씩한 이미지 속에 신윤복의 여자다움이 버무려지면서 부족했던 2%의 매력이 활짝 핀 것이다. 김민선이 다음 영화에서 어떤 이미지로 또다른 경계를 넘어설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