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남잔 줄 알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자를 바라보던 여섯살 아역배우는 엄마에게 귓속말로 이렇게 물었다. 예쁜 외모 때문에 자주 여자아이로 오해받는다고 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라 긴장할 법도 한데, 이 어린이에겐 앞에 서 있는 누나가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아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과속스캔들>에서 손자 황기동 역을 맡은 왕석현의 매력이 바로 이런 지점에 있다. 꾸미지 않고 계산하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하게 마음을 여는 것. 이는 다듬어진 연기에 익숙한 요즘 아역배우들에게서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인터뷰 틈틈이 촬영소품이었던 풍선으로 장난을 치던 왕석현은 기자에게 <노바디> <마지막 인사> <레이니즘>의 댄스 3종세트를 선보이며 초절정 애교를 과시했다. 과연 연기 경력없이 1000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촬영장의 왕”(차태현의 표현)이었다.
-평소에 차태현 형이랑 박보영 누나를 뭐라고 부르나요.
=할아부지랑 정남이 엄마요.
-촬영장에서 누가 제일 좋았어요.
=음… 정남 엄마. 뽀뽀 많이 해주고 밥 먹을 때 반찬을 얻어(얹어)줬어요.
-제일 재미있었던 장면은 뭐예요.
=과자 먹는 신요. 할아부지 누워 있을 때 꽈자 몰래 뺏어먹으려고 하다가 할아버지가 물 떠와, 해서 내가 머리 빡빡 긁고 왔어요.(어머니에 따르면, 머리 긁는 장면은 아무도 지시하지 않았는데 석현군이 혼자서 했다고)
-피아노 치는 장면은 안 힘들었나요.
=엄마 귀 막아! (기자에게 귓속말로) 피아노 진짜 재미있었어요. 여기서 쳐볼까요?(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을 책상에서 열심히 침)아! 힘들다….
-<과속스캔들> 오디션은 어떻게 보게 되었나요.
=오디션에 누나 혼자 갈라고 하다가 같이 따라갔어요. 조감독님이 “빨리 연기해봐, 조감독님 무서운 사람이야” 이랬는데요, (제가)“춤 안 보면 안 할 거라니깐” 했어요. 그래서 춤추고 연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갔어요.
-어떤 춤을 췄나요.
=(<웃찾사> 코너의)‘퐁퐁퐁’요. 아 맞다, 엄마! 지저분한 감독님! 에헤헤헤헤… 지저분 선생님!
-지저분한 선생님이 누군가요.
=(석현 어머니)<비열한 거리>의 조감독님이신데, 석현이가 연기 경력이 없어 연기선생님을 해주셨어요. ‘비열한’이 발음이 안되는 바람에 ‘지저분한’이라고…. (좌중 폭소)
-오늘 무대인사에 가면 관객에게 뭐라고 말할 거예요.
=<과속스캔들> 많이 보러 오세요. 그리고 저 왕석현 많이 사랑해주세요. 이렇게요. 거기 가서 잘할게요! (좌중 웃음)
-크리스마스 선물은 뭐 받고 싶어요.
=장난감 낚시하는 거요! 문어랑 다 잡을 수 있는 거요. 자석 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