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6번째는 최영도씨가 기증한 고 최영달씨의 수집품 중 <촌색씨>(1958) 전단지입니다.
<촌색씨>(1958)는 무성영화시대 조선극장 주임변사이자 배우, 감독, 극작가로 활동했던 김조성(아호는 춘광)이 남긴 신파 비극 레퍼토리 <촌색씨>를 신인감독 박영환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장경호(이민)는 대학 동창의 시골집에서 동창의 동생 옥경(최은희)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골 며느리가 못마땅한 시어머니 윤씨(석금성)와 시누이 명희(김유희)는 경호가 미국에 간 사이 남자를 집에 몰래 들였다는 누명을 씌워 옥경을 내쫓는다. 몇년이 지나 만난 아들로부터 ‘나쁜 여자’라는 말을 들은 옥경은 미치게 되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경호는 용서를 빈다.
1949년에 장황연 감독이 이미 <청춘행로>(촌색씨, 일명 며느리의 설음)로 영화화하기도 했는데 1958년의 <촌색씨>는 ‘신파가 지닌 통속성을 지양하고 화면 전체에 제법 현대적인 감각이 풍기게 잘 처리했다’는 평과 함께 ‘촌스럽지 않은’ 촌색씨 최은희의 연기에 대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국제극장에서 개봉해 10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촌색씨 최은희와 대비되는 캐릭터인 무용을 전공하는 세련된 여성으로 도금봉이 출연한다.
<촌색씨>에서 현대적인 성장 배경을 가진 무기력한 남성과 거듭되는 불행 앞에 무너지는 여성의 비극을 다룬 신파 스토리는 모더니즘 시운동과 평론활동을 하며 시나리오작가로 데뷔한 이봉래의 각색과 신인감독 박영환의 연출을 거치면서 ‘지역 색채와는 다른 아름다운 생명력이 있는 작품’(이영일)으로 재창조되었다. 이봉래는 이후 감독으로 데뷔하여 서울로 상경한 시골여성들의 욕망과 좌절을 그린 <육체의 문>(1965), 소시민의 애환을 그린 홈드라마 <삼등과장>(1965) 등을 연출했다.
촬영감독 출신의 박영환 감독은 1922년 평안남도 진남포 출생으로 자신의 영화를 촬영, 편집까지 하는 보기 드문 감독으로 5편의 멜로드라마만을 남겼다. <촌색씨>가 그의 데뷔작이며 <황혼>(1960), <해녀>(1964), <사랑아 기적을 다오>(1966) 등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