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편의 CF와 5편의 뮤직비디오, 그리고 1편의 단편영화. 김가은이 우리 곁에 머문 시간은 아직 짧다. 데뷔 3년차 신인이기 때문이지만 그녀는 긴 이야기보다 짧은 이미지 속에서만 놀다 갔다. 이동통신사 쇼의 CF나 이지형이 부른 <뜨거운 안녕> 뮤직비디오, 그리고 김종관 감독의 10분짜리 단편 <헤이 톰>까지.
뉴질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큰 눈망울을 가진 순수한 소녀 이미지의 표상이다. 그래서 아직은 CF나 뮤직비디오가 많다. “말을 하고 싶었다”며 웃지만 카페 테이블에 앉아 친구의 수다를 상대하는 <헤이 톰>의 소녀도 CF나 뮤직비디오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말 대신 미세한 표정을 카메라는 예민하게 담는다. 하지만 김가은이 꾸는 꿈은 배우다. <태왕사신기>의 이지아 역할이나 연극 연기를 무엇보다 하고 싶다고 말한다. 쏟아질 것처럼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연기수업 때 들었던 교훈을 하나둘 훑어낸다. 올해 스물이지만 가진 생각이나 말들은 훨씬 성숙하다. 긴 머리를 한번도 잘라본 적이 없는 소녀 김가은. 이제는 그녀가 말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