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가와 곤, 니시카와 미와, 야마시타 노부히로 등 일본 감독 10인이 모여 만든 영화 <열흘 밤의 꿈>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몽십야>를 그대로 옮긴 작품이다. 나쓰메 소세키가 꾼 10개의 꿈이 소설과 현실, 소설 속 꿈과 현실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다. 소설 발표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 <열흘 밤의 꿈>의 이모저모를 알아보았다.
1. 일본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
일본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국민작가. 1984년부터 2004년까지 1천엔짜리 지폐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에도(현 도쿄) 출신으로 처음엔 영문학자로 활동했으나 1905년부터 나쓰메 소세키란 필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본명은 나쓰메 긴노스케.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한 뒤 <양귀비> <산시로> 등을 발표했다. 인생에 여유를 갖고 고답적인 방식으로 삶을 대처하는 내용의 작품들이 많아 모리 오가이, 다카하마 교시, 데라다 도라히코 등과 함께 여유파로 불렸으며, 이후엔 경제난 속 서민들의 이야기나 집단과 개인의 갈등, 의무와 책임 등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발표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도련님> 등은 그의 대표적인 소설로 국내에서도 스테디셀러다.
2. 이치가와 곤 감독의 유작
<열흘 밤의 꿈>은 소설 발간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사인 닛카쓰의 쓰노다 유타카 프로듀서가 영화화를 기획했고 2002년부터 본격적인 섭외 작업이 시작됐다. 특히 이 영화엔 올해 타계한 거장 이치가와 곤 감독의 단편이 포함되어 있다. 이치가와 곤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7인의 사무라이> <거미의 집> 조감독으로 영화 일을 시작해 1948년 <꽃이 핀다>로 데뷔했다. 2007년까지 연출작이 80편이 넘는다. <버마의 하프> <열쇠> 등은 해외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높은 평가를 받았고 <동경올림픽>은 칸국제영화제에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했다. 2006년엔 자신의 영화 <이누가미가의 일족>을 리메이크했으며, 이와이 순지는 2006년 이치가와 곤에게 바치는 헌사 형식으로 다큐멘터리 <이치가와 곤>을 만들어 발표했다.
3.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도다 에리카
<열흘 밤의 꿈>은 10개의 꿈 이야기 앞뒤에 짧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책의 페이지를 열고 닫는 역할로 출연한 배우가 도다 에리카다. 도다 에리카는 드라마 <노부타 프로듀스> <라이어 게임> 등에 출연한 여배우로 최근엔 2008년 10월부터 <TBS>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유성의 인연>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단역으로 시작해 CF모델 등을 하며 커리어를 쌓았으며 2006년 <데스노트>로 스크린 데뷔를 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에서 목소리 연기를 한 적도 있으며, 라디오 프로그램 <스쿨 오브 록!>의 두 번째 사회자였다.
4. 영화화된 나쓰메 소세키 작품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일본영화계의 보고다. <열흘 밤의 꿈>을 포함해 그의 작품은 모두 35차례나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1935년 야마모토 가지로 감독의 영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시작으로 <도련님>이 15회, <산시로> <마음>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각각 6회 영상으로 만들어졌으며 <몽십야>와 <그 후>도 각각 한번씩 영상화됐다. 특히 그의 히트작 중 하나인 <도련님>은 1935년 도호의 요코타 도요아키 감독이 만든 영화를 시작으로 같은 해 마루야마 세이지 감독의 영화로 한 차례 더 만들어졌으며, <후지TV>와 <NHK> <TBS>와 <일본TV> 등 방송사를 넘나들며 수차례 드라마로 제작됐다. 1992년 초연된 뮤지컬 <도련님>은 대성공에 힘입어 1993년, 1995년, 2000년, 2007년 앙코르 공연을 했으며, 2000년 공연에선 나카무라 시케유키가 도련님 역할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