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아이들이 목숨 걸고 노래한다”
2008-12-23
글 : 장영엽 (편집장)
음악영화 <유 앤 유> 감독 박제현

한국에는 유독 음악영화가 드물다. 음악을 매개로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 말고, 순수하게 음악으로만 채워진 영화 말이다. 이러한 아쉬움을 달래듯 <단적비연수> <내 남자의 로맨스>의 박제현 감독이 <로큰롤인생> 부럽지 않은 음악영화 <유 앤 유>를 들고 돌아왔다. <유 앤 유>는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 소속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을 주인공으로 한 극영화로, 한국 최초의 코러스 영화이기도 하다. <유 앤 유>는 오는 12월30일 압구정CGV에서의 언론시사회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상영, 영화제 출품 등 활발한 홍보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유 앤 유>를 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의 김희철 음악감독이 나와 대학 동문이다. 연극영화과를 다닐 때 음대쪽과 함께 하는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다가 인연을 맺었다. 벌써 18년 정도 됐나. 선명회 합창단 공연의 무대연출이나 공연실황 촬영을 꾸준히 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좀더 가치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합창단 일을 도우면서 아이들과 그들의 노래를 좋아하게 됐는데, 이들의 활동을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영화를 만들게 됐다.

-가까이서 지켜본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은 어떤 단체인가.
=나이가 어린데도 성가부터 현대음악까지 능숙하게 부르는 합창단이다. 해외 연주를 우연히 같이 간 적이 있는데, 깜짝 놀랐다. 빈 소년합창단이나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수준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더라. 해외에서는 합창단 아이들이 가진 비전에 대해 많이들 존중하고 후원해준다. 이런 점을 국내에 적극적으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합창단의 비전을 말한다면.
=이들에게는 사명감이 있다. 내가 노래해서 받는 후원금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다는. 그래서 정말 목숨을 걸고 노래한다. 이 아이들은 양보나 배려가 생활화되어 있다.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점이 많다.

-솔로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부모님의 반대로 노래를 그만둬야 하는 영화의 줄거리가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100% 실화인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다. 합창단 아이들에게 들은 얘기를 각색한 것도 있지만… 공부 때문에 음악을 접은 에피소드는 100% 사실이다. 이 얘기를 듣고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그저 음악이 좋아서 계속하는 건데 부모들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 공부를 강요한다. 이건 합창단 아이들만의 상황이 아니라 요즘 아이들 모두의 상황이더라.

-주인공은 오디션으로 뽑은 건가.
=그렇다. 합창단 전체 단원이 300여명 정도 되는데, 이중에서 추천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봤다. 아이들은 영화에 나온다니까 그저 신나하더라. 그래서 더욱 겁났다. (웃음)

-비전문 배우를 대상으로 영화를 찍으니 힘들지 않았나.
=생각해보니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지 1년이나 지났다. 아이들이 일반 학생이다보니 학원도 가고 시험도 보고, 한달에 한번 찍을 때도 있고 몰아서 찍기도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그래도 틈틈이 촬영하는 게 습관이 돼서 그동안 내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꾸준히 했다. 여전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비즈니스 논리로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것이 뿌듯하다.

사진제공 월드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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