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저항의 기적에 가슴이 뛰었다
2009-01-06
글 : 이화정
<디파이언스>의 에드워드 즈윅 감독

<라스트 사무라이> <블러드 다이아몬드> 등을 통해 대서사시에 착안해온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시간은 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로 돌아간다. <디파이언스>는 2차대전 당시 유대인 난민을 이끌고 벨로루시 숲에서 200일간 사투를 벌인 투비아 형제의 활약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온화한 리더십을 가진 맏형 투비아와 나치와의 전면전을 주장하는 동생 주스, 그리고 중재자로서 막내 아사엘 삼형제를 통해 에드워드 즈윅은 혼란의 상황 속, 인간의 선택에 주목한다. 서면을 통해 그가 주목한 역사의 단면을 들여다 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원작 <디파이언스: 비엘스키 유격대>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떻게 접근하게 됐나.
=내 친구이자 각본을 담당한 클레이턴 프로만이 <뉴욕타임스>에서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주스 비엘스키’의 사망기사를 읽으면서였다. 유대인 삼형제가 나치에 대항해 벨로루시의 깊은 숲에서 1200명의 유대인들을 구해냈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한 남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내재된 힘, 리더십, 연민을 발견하고 기적과 같은 일을 해냈다는 짜릿한 이야기가 있었고 이걸 영화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홀로코스트 영화의 경우 유대인을 오락거리로 전락시킨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그런 면에서 특별히 주의한 점이 있나.
=그런 걱정은 없었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비엘스키 형제와 함께 생존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매우 열정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투비아와 주스의 아들, 딸들은 자신들의 아버지가 들려준 그날의 이야기를 상세히 알려주었다. 심지어 투비아가 숲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도 보여주었고, 종전 무렵에 썼던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자서전을 주기도 했다. 그들은 다행히 완성된 영화를 보고 자랑스러워했다.

-<작전명 발키리> <줄무늬 잠옷을 입은 소년> 등 홀로코스트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이들 작품과 <디파이언스>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홀로코스트를 소재로 다룬 영화는 많다. 그러나 다른 이야기들과 달리 이 영화는 다른 유대인들을 구하는 유대인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유대인들이 큰 반항없는 수동적인 존재라거나, 심지어 기꺼이 죽음을 선택했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화끈하게 날려버린다. 폴란드와 우크라이나의 숲, 강제노동수용소와 나치수용소를 오가는 와중에도 유대인들의 반항은 실제 존재했다.

-학살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지도자의 태도다.
=원작은 복수에 대한 충동과 다른 이들을 구하려는 욕망 사이의 갈등 형상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이같이 충돌하는 욕망들은 투비아(대니얼 크레이그)와 주스(리브 슈라이버)를 통해 표출되고 아사엘(제이미 벨)은 그 둘 사이에 어쩔 수 없이 갇혀 그가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된다. 난 이들을 통해서 저항의 정신이 항상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표출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007의 박진감 넘치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투비아로 분했다. <쉰들러 리스트>의 완벽한 영웅이 아닌, 고뇌까지 담은 섬세한 역이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다른 배우와 전혀 다른 카리스마와 넓은 감정의 폭을 갖고 있다. 게다가 그는 매우 활동적이고 겸손하고 생각이 깊다. 신중한 성격의 투비아로 적격이었다.

-폭설이 내린 고립된 공간은 영화의 상황을 설정하는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다.
=모든 촬영은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 근처의 숲에서 했다. 그곳엔 아직도 12세기 건축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영화의 배경인 1941년 모습의 농장과 마을들이 유지돼 있어서 그대로 촬영을 하기만 하면 됐다. 행운이었다.

-숲속이라는 통제하기 힘든 광활한 자연이 로케이션이고 계절의 변화도 모두 드러난다. 게다가 주요 등장인물 외의 엑스트라도 모두 주인공이 되는 영화다.
=추위, 바람, 그리고 비. 이 모든 것들이 촬영하는 데 악조건이었다. 그러나 현실감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점에서는 성공적이었다. 배우들은 얼어붙은 손발을 녹이기 위해 불 가까이 모여 몸을 부대끼면서 실제로 전쟁 속에서 사람들이 참아내야 했던 것을 조금이나마 겪었다. 이런 고난이 조화를 이뤄 정신력으로 이어졌다.

-<라스트 사무라이> <블러드 다이아몬드> 등 당신은 끊임없이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한 단락을 조명한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 기준이 무엇인가.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익숙하지 않다면 다른 보통 관객도 잘 모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가슴을 뛰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감정에 복받쳐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눈물이 나기 시작한다면 이는 관객도 비슷하게 반응할 그 무엇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디파이언스>를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바는 무엇인가.
=매일매일이 마지막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온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비엘스키 형제와 같이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평범한 사람들도 새로운 문명에서 리더가 될 수 있고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모든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다.

사진제공 무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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