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spot] 난~ 영화 많이 봤을 뿐이고…
2009-01-13
글 : 문석
사진 : 오계옥
<비카인드 리와인드> 예고편에 목소리 출연한 개그맨 안상태

그는~ 영화 예고편 녹음했을 뿐이고, 목소리만 들리는데도 워낙 인기가 좋아 반응은 좋을 뿐이고….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에서 기자 캐릭터로 등장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개그맨 안상태는 <비카인드 리와인드> 예고편에 등장한다. 그는 “난 잭 블랙 만나고 싶었고, 웃고 싶었을 뿐이고, <비카인드 리와인드>에 잭 블랙 출연하고…” 등 자신의 유행어를 활용해 영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안상태는 실제로 잭 블랙의 팬일 뿐 아니라 다양한 영화를 섭렵한 영화광. <작업의 정석> <야수와 미녀> 등에 출연했던 그는 이번 예고편으로 영화와의 접점을 좀더 확장한 셈이다.

-요즘 굉장히 바쁠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봉숭아 학당’에 들어간 게 11월경인데, 초반부터 반응이 좋았다. 한달 전에는 하루에 인터뷰를 3개씩 하기도 했다. 다른 방송에서도 ‘난~ 뿐이고’를 자주 쓰고 있어서 약간 부담도 된다.

-<비카인드 리와인드> 예고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단순하다. 영화사에서 연락을 받았을 뿐이고~ 다. 처음에는 잭 블랙이 출연한다는 사실과 줄거리만 간략하게 들었는데 <트로픽 썬더>인 줄 알았다. (웃음) 사실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다.

-정말 잭 블랙을 좋아하나.
=그렇다. 잭 블랙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봤다. <스쿨 오브 락>은 물론이고 <나쵸 리브레>나 <터네이셔스 D> 같은 영화도 재밌게 봤다. 코미디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대단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꽤 좋아한다고 들었다.
=방송 활동을 쉬면서 영화를 많이 봤다. 예술영화도 좋아한다. 의외인가? 어릴 적부터 영화 마니아인 이종사촌형이 있다. 지금도 회사에 다니면서 시놉시스를 쓰고 그런다. 그 형의 영향으로 다양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럼 안상태의 ‘내 인생의 영화’는 뭔가.
=한편을 꼽기는 어렵고….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무척 좋아한다. 특히 이렌느 야곱이 꿈꾸듯 생각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여주인공 이렌느 야곱이 대단히 매력적이다. 내가 여배우에게 빠지는 성격이 아닌데, 이렌느 야곱은 다르다. 육감적이면서도 청순한 면이 있달까. 인터넷에서 최근 사진을 봤는데, 어휴~.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때문인지 키에슬로프스키의 다른 영화도 좋아한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답게 조금씩 떨리면서도 자연스러운 화면을 만들어내는데 그게 마음을 붙잡는 것 같다.

-또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도 대단하다. 옛날에 만들어졌는데도 어떻게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참 놀랍다. 요즘 영화들보다 새로운 것 같다.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이나 펠리니의 <길>도 좋아하는 영화다. 아, 그런 영화만 보는 건 아니다. 재밌는 영화라면 다 본다.

-영화 취향으로 봐서는 평소 진지한 성격 같다.
=음, 일상에서도 웃겨야 할 상황이면 웃기고 그러는데, 일부러 아무 데서나 떠들고 그러지는 않는다. 다른 개그맨도 마찬가지 아닌가?

-<작업의 정석> <야수와 미녀> 말고도 여러 영화에 출연했다.
=<안녕, 형아>나 <라듸오 데이즈>에도 나왔는데, 흥행이 잘 안돼 미안한 마음이다. 사실 조금은 비중있는 역할로 출연 제의를 받은 다른 코미디영화도 있었는데 스케줄 때문에 할 수 없었다. 하여간 영화 경험은 큰 자극이 됐다.

-대학에서는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개그맨이 될 결심을 했나.
=믿지 못하겠지만 어릴 때는 무척 조용했다. 스무살이 되기 전까지 손들고 발표를 한 적이 없을 정도다. 아버지가 걱정이 되셨는지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하시더라. 군대에 가서도 일부러 남들 앞에 나서려고 노력한 것도, 복학한 뒤 연극동아리에 가입한 것도 그런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전유성 선생님이 운영하는 ‘코미디 시장’이라는 개그 극단에 들어간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그때 황현희, 김대범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거리 공연도 하고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개그맨이 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래서 데뷔한 뒤 나를 알았던 사람들은 다들 놀랐다.

-개그 소재를 주변 사람들에게서 찾는다고 하던데 ‘안상태 기자’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나.
=대학 연극동아리 시절, 연기를 어색하게 하는 선배들이 있었다. 핀 조명을 받으면서 “난~ 어제 여기 왔고” 뭐 이런 식으로 연기를 하곤 했는데, 자아도취에 빠진 듯 보였다. 애초 내가 생각했던 캐릭터도 ‘어색한 배우’였다. <개그콘서트> 감독님과 제작진들이 여러 의견을 줘서 기자로 바꿀 수 있었다. 그들의 도움이 정말 컸다. 그래서 난~ 고마울 뿐이고. 앞으로는 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할 뿐이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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