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요리]
[그 요리] 라따뚜이 별거 아냐~
2009-01-14
글 : 박찬일

한국이나 서양이나 ‘요리가 뭐지’하고 거창하게 물으면 기본을 거론하곤 한다.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오믈렛이나, 양파 수프를 잘 만들어야 진짜 요리사가 될 수 있다는 식이다. 한국의 제빵사들이 식빵이 제일 어렵다고 종종 토로하는 것도 비슷한 얘기다. 문자 그대로 ‘쉬워서 어려운’이다. 영화 <라따뚜이>가 그 보잘것없는 지중해식 야채볶음을 내세운 것도 아마도 이런 까닭이지 싶다. 간단해 보이지만 맛내기는 어려운, 하여튼 인생사도 그런 것 아니겠냐는 디즈니다운 교훈을 던져주고 싶었을 게다.

라따뚜이는 사실 요리 축에도 끼지 않는 평범한 음식이다. 올리브유에 마늘과 가지, 양파, 호박, 셀러리, 토마토, 허브 따위를 썰어넣고 대충 볶아서 만든다. 재료가 있으면 넣고 없어도 그만이다. 꼭 뭐가 들어가야 한다는 기준이 없다. 더이상 평범해지기도 어렵다. 뜨겁게 만들어 먹다가 식으면 그냥 차가운 채 내도 흠 안 잡히는 그런 음식이다.

필자는 가로수길의 한 식당에서 참치요리를 내면서 ‘라따뚜이를 곁들인’이라고 메뉴에 써놓았다. 영화가 무섭긴 무섭다. 손님들은 참치를 선택한 게 아니라 라따뚜이를 선택하곤 한다. 그건 틀림없다. 종종 “왜 라따뚜이는 안 줘요?”라는 항의가 들어오는 걸 보면 말이다(같이 드렸잖아요?). 뭔가 영화화(?)까지 됐던 좀 그럴듯한 요리가 나오리라는 기대가, 그 보잘것없는 야채볶음을 보는 순간 무너지는 셈이다.

<라따뚜이>

사실 영화 <라따뚜이>는 관광지 식당처럼 허술한 구석투성이다. 이탈리아어인 구스토(맛)와 링귀니(면의 한 종류)라는 이름이 파리에 등장하는가 하면(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는 견원지간인데?) 별 다섯개짜리(물론 미슐랭은 별 세개가 최고다) 식당에 온 손님들이 알라 카르트(a la carte, 단품메뉴)를 시키는 장면도 그다지 현실성이 없는 대목. 이런 식당에서 저녁시간에 코스 대신 단품메뉴 주문은 셰프에 대한 모독쯤으로 이해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목에 별을 주렁주렁 걸고 다니는 그랑 셰프들은 늘 한국의 욕쟁이할머니처럼 혀를 끌끌 차면서 이렇게 외치니까 말이다. “주는 대로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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