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라 데이비스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나이는 40대 중반이다. 주로 연극배우로 활동했다(토니상 수상자라는 이력이, 할리우드의 화려한 셀러브리티 사이에서 그리 큰 메리트를 가질 순 없다). 그리고 흑인이다. 최근작 <다우트>에서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은 10분이 넘을까 말까 한다. 그런데도 <다우트>를 통해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감히 ‘2008년의 연기’라고 부를 만한 고지를 점령했다.
<다우트>에서 데이비스가 연기한 밀러 부인은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알로이시스 수녀와 함께 등장한다. 알로이시스 수녀는 플린 신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신부와 ‘부적절한’ 관계라 의심되는 소년의 엄마 밀러 부인을 불러들인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상황은 급변한다. 60년대 중반, 가난하고 무식한 흑인 여성이라는 강고한 선입견에서 빠져나온 밀러 부인은, 무엇과도 비할 데 없는 모성애의 용감한 결단으로 알로이시스 수녀의 ‘심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한다. 로저 에버트가 “2008년 개봉작 중 최고의 시퀀스”라 단언한 이 장면 때문에, 데이비스에게 “메릴 스트립으로부터 그 장면을 훔쳐냈다”라는 찬사가 쏟아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다우트>가 연일 매진을 기록하던 무렵에도, 데이비스는 그 연극을 보지 않았다. 대신 주변 사람들이 “와, 그 흑인 여자 장면이…”라며 감탄하는 것만 들었다. 하지만 모두들, 대체 그 장면이 무엇인지에 대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다물었다(무대에서 ‘그 흑인 여자’를 연기한 에이드리언 레녹스는 토니상을 수상했다).
영화 <다우트>에 메릴 스트립의 출연이 확정되자, 데이비스는 그제야 대본을 찾아 읽었다. “그러고 나서야 문제의 그 장면이 얼마나 특별한지 알았죠.” 그녀는 오디션이 시작되기 넉달 전부터 밀러 부인 캐릭터에 대해 50페이지가 넘는 분석글을 썼고, 에이드리언 레녹스와 메릴 스트립을 넘어서기 위해 어떻게 밀러 부인을 연기해야 할까를 연구했다. “단순한 연기를 통해 밀러 부인의 복잡한 내면을 전달해야 했어요.” 말이 쉽지, 이게 어지간한 배우들에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데이비스는 그 10분을 위해, 정말 진심을 다해 그 다짐을 수행한다. “모든 것을 끌어모아 창문 밖으로 던지는 심정으로 연기해야 했어요.” <다우트>를 본 사람이라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 모두, 오는 2월22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녀가 과연 합당한 대접을 받게 될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