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에릭 데인] 섹시한데다 가정적이기까지…
2009-02-19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말리와 나>의 배우 에릭 데인

이런 남자. 주위에 꼭 한명은 있을 것 같은데, 둘러보면 흔치 않다. 멀쩡한 허우대에 반듯한 이목구비까지 가졌으나 왕자병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인기는 없는 남자. 주변의 여자라면 이성애자, 동성애자 할 것 없이 사냥감으로 생각해서 껄떡대고 보는 남자. 아침에 혼자 눈뜨느니 사랑은 없어도 섹스는 해야겠는 남자. <그레이 아나토미>의 뺀질하고 유들한 성형외과 전문의 마크 슬론을 연기한 에릭 데인이 바로 그런 타입캐스팅의 전형이다. 데뷔한 뒤 15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알아보는 배우가 된 데인은 최근작 <말리와 나>에서도, 개도 기르고 애도 기르는 유부남 존(오언 윌슨)이 부러워 마지않는 총각 친구 세바스찬을 연기했다.

사실 <그레이 아나토미> 이전의 그를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다. 신데렐라형 스타는 아니라는 스스로의 말처럼, 그는 1991년 할리우드에 발을 디딘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첫 10년을 소비했다. 그래서일까,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그의 첫 등장은 신선했다. 캐릭터는 전형적일지 몰라도 그의 모습은 이상향에 가깝기 때문이다. 친구의 부인과 잠자리를 가진 뒤 씻고 나오는 장면에서 그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서 할 일을 다하는 완벽한 누드에 간신히 타월만 두르고 나타난다. 막 씻고 나온 조각 같은 몸에서는 당연히, 스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맥스티미’(McSteamy)가 됐다. 궁금하면 유튜브 검색창에 그의 이름을 쳐보라. 허리에 수건을 반쯤 두르다 만 그가 샤워실 밖으로 걸어나오는 장면이, 친절하게도 연속 재생된다. 다정다감한 ‘맥드리미’(McDreamy) 패트릭 뎀지가 “에릭이 걸어나오자 모두 숨을 죽였다. 정말이지 보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할 만하다.

하지만 반전은 있게 마련이다. 좀 놀아본 남자가 결혼하면 오히려 더 잘산다는 어른들 말씀대로 스크린 밖의 데인은 가정에 충실한 자상한 남편이다. “<말리와 나>의 마지막에 이르면 존은 가정을 일구고 사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세바스찬보다는 존에 가까운 남자다.” <베벌리힐즈 90210> 출신의 여배우 레베카 게이하트와 2004년 결혼한 그는, TV 속의 그를 보며 “어째서 집에선 저렇게 섹시하지 않은 거냐”는 부인의 핀잔으로 결혼생활의 행복을 말한다. 에릭 데인은 아마도 현실에 한명 있을까 말까 한 ‘맥스위티’(McSweaty)가 아닐는지.

사진제공 EVER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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