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번에 떴다고 맘 변하면 큰일 난다.”
요즘 박재웅은 친구들에게 이런 당부를 듣느라 바쁘다. 큰 기대 안 하고 하던 대로 했던 <작전>이 입소문을 타고, 또 박재웅이 맡은 독가스파의 막내 ‘덕상’이 관객의 호응을 얻으면서 그 역시 화제의 급물살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박용하, 박희순, 김민정 등 탄탄한 주연들 사이에서 박재웅은 연방 ‘귀엽다’는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며 제 몫을 톡톡히 챙기고 있다. 기존의 조폭 부하처럼 보스에게 아부하는 일은 금물, 무표정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순진한 시골청년 부하는 생전 보지 못한 조폭 부하의 새로운 상임에 틀림없다.
핑크 셔츠에 깜찍한 보타이 차림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서며 “너무 많이 좋아해주셔서 얼떨떨해요”라며 수줍게 웃는 박재웅의 모습만 보면, 이 남자가 키 178.8㎝, 110㎏의 거구임이 선뜻 와닿지 않는다. 지금은 덕상이를 위해 10㎏의 체중 보태기를 한 상태. 몸무게는 그에게 연기생활의 희비를 맛보게 한 징검다리다. 7년 전, 영화 데뷔작인 <복수는 나의 것>에서 그는 신하균에게 응징당하는 장기밀매자로 꽤 주목받는 조연이었다.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님의 작품 출연’으로 한동안은 들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42㎏의 초감량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몰라보게 홀쭉해진 탓에 <올드보이>의 비중있는 배역이 물 건너간 것. 이후에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복수는 나의 것>의 이미지를 요구했던 몇번의 오디션 탈락 뒤, 아주 잠깐은 특기인 중국 요리사로 전향할 마음도 굳혔다. 그러나 단역만 7년, 정식직업을 가지면 오디션을 볼 수 없을까봐, 피자체인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는 오디션 정보만 있으면 열일 제쳐두고 오디션장으로 내달렸다. 그렇게 출연한 작품이 영화 <일단 뛰어> <연애소설> <올드보이> <그녀를 믿지 마세요> <다세포소녀> <색즉시공 2>…. “지나가면 사람들이 ‘어, 어디서 많이 봤는데, 분명 아는 사람인데’ 하세요.” 그만큼 그는 참 많이도 출연했다.
27살, 박재웅에게 연기는 하루아침의 꿈이 아니다. “안 믿으시겠지만 어릴 땐 참 예뻤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런 절 보고 배우를 시키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키워온 배우의 꿈으로 그는 고등학생 때부터 고 김형곤이 운영하던 극단 ‘곤이랑’을 찾아가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연기를 업으로 삼기에 이르렀다. 소속사 없이 혼자 오디션과 오디션을 거듭하는 생활은 지금도 그의 일과다. “다른 건 안 바라고요. 그저 오디션 볼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라며 배우의 가장 담백하고 진정한 소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