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dvd] 쌉싸름한 인종차별 파워게임, <레이크뷰 테라스>
2009-02-27
글 : 이용철 (영화평론가)

<레이크뷰 테라스> Lakeview Terrace

2008년 감독 닐 라뷰트 상영시간 110분
화면포맷 2.40: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소니픽쳐스 홈엔터테인먼트

화질 ★★★★ 음질 ★★★★ 부록 ★★★☆

로스앤젤레스의 교외에 자리한 주택가 ‘레이크뷰 테라스’. 경찰관인 에이블은 이웃집으로 이사 온 부부를 불편한 눈길로 대한다. 젊은 부부는 그를 특이한 유머의 소유자로 소홀히 넘겨버리지만, 무슨 까닭인지 흑백인종의 부부관계를 탐탁히 여기지 않는 에이블은 점차 위협적인 존재로 변한다. 이웃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한밤에 환한 경비등을 켜놓아 잠 못 이루게 하며, 곳곳에 남긴 흔적으로 보아 집 안에 침입한 혐의 또한 짙다. 성가신 이웃으로 인한 감정은 공포와 불안으로 바뀌고, 그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분노의 단계로 접어든다. 폭발 직전의 세 사람에게 남은 건 하나- 최후의 대결밖에 없다. <레이크뷰 테라스>는 현대의 서부도시에서 벌어지는 웨스턴이다.

‘레이크뷰 테라스’가 ‘로드니 킹 사건’이 벌어진 도로의 인근 장소와 한 이름을 공유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레이크뷰 테라스>는 우선 ‘인종차별’에 관한 영화다. 미국인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를 피하지만, 그들의 의식 아래 항상 뜨거운 감자로 자리한 바로 그 문제 말이다. 영화는 자칫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흐를 주제를 흥미로운 방식으로 접근한다. 가해자인 중년 흑인남성이 서슴없이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말과 행동을 취하는 것과 반대로, 언뜻 보기에 관대한 백인남성과 지적인 흑인여성과 그녀의 아버지는 편협과 편견을 피해 정치적으로 올바른 노선을 걸으려고 무던히 애쓴다. 그리고 <레이크뷰 테라스>는 ‘믿음의 부재’를 통해 인물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드러낸다.

닐 라뷰트는 권력다툼이 개입된 쓰라린 인간관계를 이야기로 푸는 데 능한 감독이다. 오랜만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난 그는 능란한 손길로 파워게임을 다룬다. 셋의 권력이 맞부딪히는 공간인 ‘중산층 마을’은 영화를 또 다른 주제로 이끈다. 중산층의 삶을 꿈꾸는 부부에게 밝고 깨끗한 교외주택은 풍족한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인데, 영화는 그 공간을 갈등과 위기가 내재한 곳으로 묘사한다. 극중 마을로 시시각각 다가오는 산불은 갈등과 위기의 현재형으로 기능하고 있으나, 산불이 빈번한 탓에 주민들은 그걸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건은 그렇게 시작된다. 잠재된 일상의 공포가 폭발하면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교외주택은 이기주의에 물든 욕망의 공간이다. 중산층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채 자유로운 삶을 누린다고 믿지만, 언덕 위 낙원은 아랫마을의 골칫거리를 외면한 자들의 도피처에 다름 아니다. 내부에서 불거진 위기는 중산층의 삶을 공허한 것으로 만들고, 그들의 삶을 지탱해주던 공권력이 도움은커녕 위협으로 바뀐 상황은 그들을 두려움에 떨게 한다. 세대간, 인종간, 계급간 갈등을 확대해석할 경우 ‘민주당파에 대한 공화당파의 공격’으로도 읽히는 <레이크뷰 테라스>는 기실 폭넓은 해석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영화가 굳이 악한 자와 선한 자를 나누지 않는 건 그래서다. 악당을 응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결말에서 관객은 복잡한 심리적 충격을 겪게 된다. 닐 라뷰트는 실로 10여년 만에 자신의 데뷔작이자 최고 걸작인 <남자들의 회사에서>에 버금가는 작품을 완성했다.

미국에서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레이크뷰 테라스>가 홈비디오로 선보인다. 따뜻한 색감을 기조로 한 안정된 영상과 일상의 소음과 긴장을 잘 표현한 소리가 인상적인 DVD다. 감독과 배우의 음성해설은 영화의 해석과 제작배경 등을 충실히 전달하는 편이다. 그외에 인터뷰로 구성된 ‘제작 뒷이야기’(20분), 8개의 삭제장면(14분)을 부록으로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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