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왓치맨 A to Z] JFK는 코미디언이 죽였다?
2009-03-05
글 : 김도훈
글 : 안현진 (LA 통신원)
이야기 배경부터 캐릭터 소개까지 <왓치맨>에 대한 A to Z 백과사전

20여년을 기다렸다. 영화화 불가능 딱지가 오랫동안 붙어 있던 앨런 무어, 데이브 기븐스 원작의 <왓치맨>이 3월5일 개봉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왓치맨>은 지난 몇년간 여름마다 목도해온 슈퍼히어로 영화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내러티브와 세계관의 규모로만 말하자면 <다크 나이트>조차도 <왓치맨>의 한 챕터에 겨우 삽입될 소품에 다름 아니다. <왓치맨>은 진짜 성인을 위한 지적인 히어로물이다. 수많은 캐릭터와 수많은 이야기와 수많은 맥거핀이 교차하고 또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그래픽 노블의 교향곡이다. 무슨 말이냐고? 알고 가야 더 재미있는 영화라는 소리다. 그래서 준비했다. A부터 Z까지, 알고 가면 속 편한 <왓치맨> 사전.

A/ Alternate history 대체역사

만약 히틀러가 2차대전에서 승리했다면. 만약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했다면.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현실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면 지금의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를 논리적, 역사적 외삽을 이용해서 풀어내는 것이 SF 문학의 중요한 서브장르 중 하나인 대체역사 장르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일제가 패망하지 않은 현대 한국을 다루는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 2차대전에서 승리한 독일과 일본의 지배를 받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나이> 등이 있다. <왓치맨>에서 묘사되는 1980년대의 미국은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끈 리처드 닉슨이 3선에 성공한 암울한 독재국가이며 여전히 소비에트 연방과 냉전 중이다.

B/ Burroughs 윌리엄 S. 버로스

원작자 앨런 무어는 윌리엄 S. 버로스가 <왓치맨>의 세계관과 이야기를 창안하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버로스의 작품에서 특정 기호들을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그것들이 축적되어감에따라 점차 하나의 의미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매우 존경한다.” <왓치맨>에는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기호와 문양들(이를테면 스마일리 페이스나 시계 같은 원형의 물건들)은 결정적인 사건의 변화나 파괴적인 음모를 나타내는 것이다. 윌리엄 S. 버로스는 <네이키드 런치>로 비트 제너레이션의 선망이 되었고,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과 아방가르드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동한 미국 작가다.

C/ the Comedian 코미디언

<왓치맨>의 시작은 코미디언의 죽음이다. 첫 장면에서 살해당하기 때문에 코미디언이 나오는 장면은 누군가의 회상이거나 플래시백이다. 본명은 에드워드 블레이크. 그는 1940년대 초대 자경단인 미닛맨을 거쳐 60년대 미국 정부가 조직한 크라임 버스터즈까지 활동한 인물이다. 초대 실크 스펙터를 강간했다는 불명예를 달고 다니지만, 킨 법령(K참조)이 발효된 뒤에도 베트남, 남미 등에서 국가를 위해 활약했다. 코미디언이라는 닉네임은 무자비하고 허무주의에 빠진 냉소적인 성격에 대한 아이러니. 감독 잭 스나이더는 코미디언을 두고 “우리 안의 어둠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캐서린 하이글의 죽은 연인으로 출연했던 제프리 딘 모건이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불한당의 모습을 드러낸다.

D/ Dr. Manhattan 닥터 맨해튼

크라임 버스터즈 중 유일하게 진짜 초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 원래는 과학자였던 존 오스터맨은, 방사능 실험 중 사고로 원자분해되면서 닥터 맨해튼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현재에서 미래와 과거를 보고, 화성과 지구를 오가는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특유의 능력은 사고 뒤 갖게 됐다. 킨 법령 발효 뒤에도 정부를 위해 일했고, 3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미국이 소비에트 연방에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도왔다. 많은 장면에서 푸르게 발광하는 알몸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빌리 크루덥은 모셥 캡처를 위해 고안된 특수의상을 입고, 얼굴에 푸른 점들을 찍은 채 촬영에 임했다. 감독은 이 괴물의 목소리를 변형하지 않고 크루덥의 육성을 그대로 이용했다. 2대 실크 스펙터인 로리 저스페직(S참조)과는 과거 연인 사이.

E/ Exception 이의

잭 스나이더 감독이 물려받은 각본은 원작과 아무런 관계도 없을 만큼 훼손된 상태였다. 대체역사물로서의 뉘앙스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리처드 닉슨이 지배하는 1985년은 조지 부시의 2000년대로 바뀌었고 베트남전도 테러와의 전쟁으로 변했다(모두 ‘현대적인 업데이트’를 원했던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만행이었다). 잭 스나이더가 가장 잘한 일?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만약 내가 그 상태의 시나리오를 두고 감독직을 거절한다면 다른 누군가가 왜곡된 그대로 영화를 만들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직을 수락한 뒤 원작에 가깝게 수정했다.”

F/ Fans 팬들

코믹스 팬 세계에서 가장 이름난 강성팬들은 <엑스맨>의 팬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왓치맨> 팬들의 충성심은 <엑스맨> 팬들을 뛰어넘는다. 사례 하나. 이십세기 폭스가 워너브러더스와 판권 소송을 벌이며 <왓치맨>의 개봉에 암운을 드리우자(L참조) 스무살 먹은 팬보이 ‘와이어트 발럽’이 캘리포니아의 팬들을 모아 이십세기 폭스 본사로 쳐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이건 전쟁이다. 나는 분노한 팬들의 군대를 이끌고 폭스를 워너로부터 제거할 것이다. 폭스는 <왓치맨> 팬들이 보통의 코믹스 팬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게 분명하다.” 그는 <엑스맨 탄생: 울버린>의 시사회에 팬들과 쳐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다행히(혹은, 재미없게도) 워너와 폭스가 합의함으로써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휴 잭맨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게 틀림없다.

G/ Gibbons, Dave 데이브 기븐스

원작 <왓치맨>의 그림을 담당한 영국 코믹북 아티스트. 앨런 무어와 함께 만든 <왓치맨>과 슈퍼맨 코믹스 <모든 것을 가진 남자를 위해>(For the Man Who Has Everything), <씬 시티>의 프랭크 밀러와 작업한 <Give Me Liberty>가 대표작이다. 지금은 스탠 리를 도와 <그린 랜턴>의 새로운 시리즈의 아트를 담당하고 있다.

H/ Higgins, John 존 히긴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원작이 앨런 무어와 데이브 기븐스뿐만이 아니라 채색가(Colourist)인 존 히긴스의 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히긴스는 일정하게 밝은 컬러를 사용해 지나치게 어두침침한 무어의 세계관과 고전적인 히어로물의 향취를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트레일러를 본 몇몇 강성 원작 팬들이 우려했던 것은 잭 스나이더가 선택한 영화의 색감이 원작에 비해 지나치게 어둡다는 것이다(“<왓치맨>은 그렇게 엄격할 정도로 어두운 세계가 아니다!”). 물론 이같은 우려에는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원작이 나온 80년대에는 채색과 인쇄술이 지금처럼 좋은 편이 아니어서 밝게 칠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I/ Imax 아이맥스

<왓치맨> 아이맥스 버전은 한국에서도 상영된다. <다크 나이트>를 아이맥스에서 보고 혼이 나간 관객이라면 주변의 아이맥스 상영관을 노리시라.

J/ JFK 존 F. 케네디

<왓치맨>은 히어로들에 의해 완전히 새로 쓰여진 미국 현대사다. 베트남전을 승리로 이끌고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건 모두 닥터 맨해튼의 공이다. 그렇다면 JFK의 암살자는 누구냐고? 코미디언!

K/ Keene Act 킨 법령

코스튬을 입은 히어로와 악당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령으로 1977년에 상원의원 ‘킨’이 발의했다. 법령 발효 뒤에도 합법적인 활동이 인정된 히어로는 코미디언과 닥터 맨해튼뿐이다.

L/ Litigious 소송

2008년 9월 이십세기 폭스는 <왓치맨>의 판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워너브러더스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의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왓치맨> 판권을 둘러싼 지난 이야기를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86년 라르고 엔터테인먼트의 제작자 로렌스 고든과 폭스는 <왓치맨>의 판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영화화에 손을 대지도 못한 채 라르고 엔터테인먼트는 사라졌다. 로렌스 고든은 1994년 <왓치맨> 영화화를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진행하기 위해 폭스에 개발비를 지불하고 판권을 완전히 획득했다. 폭스는 로렌스 고든이 판권을 워너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그간 지불한 개발비를 다 돌려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건 것이다. 다행히 폭스는 영화의 배급권이나 소유권을 가지지 않는 대신에 영화 수익금의 일부를 분배받는 조건으로 워너브러더스와 합의에 도달했다.

M/ Moore, Alan 앨런 무어

프랭크 밀러와 함께 현대 그래픽 노블의 선구자이자 대부로 불리는 <왓치맨>의 원작자. 또 다른 걸작으로는 평범한 소시민 조커가 악당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루는 <킬링 조크>, 이미 영화화된 <브이 포 벤데타> 등이 있다. 앨런 무어는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싫어하며 영화화된 작품들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심지어 저작권료도 안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래픽 노블만이 구현 가능한 서술 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하는 그의 작품들은 영화로 만들어지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N/ Nite Owl Ⅱ 나이트 아울 Ⅱ

나이트 아울은 친숙하다. 코스튬은 배트맨을 연상시키고, 고뇌하고 주저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최근 할리우드가 그려낸 안티히어로의 연장선에 놓인다. 미닛맨 시절의 원조 나이트 아울에게서 이름을 물려받은 댄 드라이버그는 퇴물 슈퍼히어로다. 물려받은 재산과 발명가적 기질을 바탕으로 야간 고글, 비행정 아울십 등 다양한 기기를 제작, 임무에 활용하던 호시절은 지났다. 은둔한 채 조류학 저널에 수리부엉이에 대한 글을 기고하는 게 전부다. 과거에 로어셰크(R참조)와 팀을 이뤄 활약했던 그는, 동료들에게 가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은 뒤에 실크 스펙터와 크라임 버스터즈의 활동을 재개한다. 패트릭 윌슨은 “은퇴한 뒤 마음을 잡지 못하는” 드라이버그를 표현하기 위해 12kg이나 살을 찌우는 등 원작 속 캐릭터에 가까워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했다.

O/ Ozymandias 오지맨디아스

아름답고 늙지 않는 완벽한 슈퍼히어로 오지맨디아스. 본명 에이드리언 바이트는 미지의 인물이다. 지구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고도 하는 그는, 킨 법령이 발효되기 전 크라임 버스터즈에서 돌연 은퇴했다. 그 뒤 지중해, 소아시아, 페르시아 등을 여행하며 알렉산더 대왕의 족적을 되밟았다. 여행을 마친 그는 남극에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을 세우고, 최첨단 과학기술을 이용해 유토피아를 건설한다. 멀티모니터를 통해 세상의 흐름을 감지하는 통찰력도 지녔다. 캐릭터를 연기한 매튜 구드는 캐스팅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배우지만, 감독은 “키 크고 잘생겼고 마른” 구드가 오지맨디아스에 적격이라고 말한다. 구드는 오지맨디아스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정확한 미국식 영어와 독일어 억양이 가미된 영어로 차이를 두어 표현할 예정이다.

P/ Plot 플롯

그래서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냐고? 1985년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슈퍼히어로로 활동하던 코미디언이 추락사한다. 동료 슈퍼히어로 로어셰크는 이것이 ‘마스크 킬러’의 짓이라 단정하고 과거의 히어로 동료들에게 경고한다. 히어로들은 1966년 ‘크라임 버스터즈’(범죄 소탕자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중 1977년 히어로 활동을 불법으로 규제한 ‘킨 법령’이 시행되면서 모두 은퇴했다. 코미디언과 함께 유일한 합법적 슈퍼히어로로 활동하던 닥터 맨해튼은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이주한 상태다. 나이트 아울과 실크 스펙터, 그리고 로어셰크는 슈퍼히어로 암살 사건에 숨은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오지맨디아스를 찾아간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류 종말의 시나리오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Q/ Queer 퀴어

원작 <왓치맨>에는 후디드 저스티스(Hooded Justice)라는 게이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등장한다. 등장 분량은 미미하지만 초대 실크 스펙터를 강간하려는 코미디언의 시도를 막음으로써 코미디언의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보이는 캐릭터다. 한 게이-레즈비언 코믹스 팬 포럼에서 발견한 문구. “<300>이 호모포비아 영화였던 건 감독 탓이 아니라 프랭크 밀러의 원작 탓이 더 클 거다. 그러니 후디드 저스티스가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 정도는 해볼 만하지 않겠는가.”

R/ Rorschach 로어셰크

기분에 따라 마스크의 좌우대칭 무늬가 변하는 로어셰크는, 독특한 코스튬 덕분에 <왓치맨>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코미디언의 죽음 뒤, 크라임 버스터즈 살해에 대한 음모이론을 세워 조사에 착수한다. 로어셰크의 가면 뒤에 숨은 얼굴의 주인은 월터 조셉 코박스. 그는 어머니를 비롯한 주위 여성들과의 관계가 불우했으며, 1964년 키티 제노비스 살해사건을 계기로 자경단이 되었다. 옷 갈아입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외모는 더럽지만 도덕적 완벽주의에는 흠결 하나 없다. 로어셰크를 연기한 재키 얼 할리는 캐스팅 중 유일하게 원작을 알고 있던 배우다. 소설의 팬들이 그를 로어셰크로 가상캐스팅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직접 만든 코스튬을 입고 연기한 테이프를 오디션에 보냈다. “유치하다”는 자평과 다르게, 감독은 “DVD에 꼭 넣고 싶다”며 극찬한다고.

S/ Silk Spectre Ⅱ 실크 스펙터 Ⅱ

원조 실크 스펙터였던 샐리 주피터의 딸, 본명은 로리 저스페직. 16살에 크라임 버스터즈 모임에서 만난 닥터 맨해튼과 상당 기간 연인관계로 지냈으나, 닥터 맨해튼이 화성으로 추방된 뒤 경비를 줄이려는 정부에 의해 기관에서 쫓겨났다. 자신의 미래를 정해버린 엄마와 엄마를 강간한 코미디언에 대한 증오가 크다. 인류를 포기하려는 닥터 맨해튼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여성 캐릭터인 만큼 이야기의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등 떠밀려 슈퍼히어로가 된 10대부터 드라이버그를 만나 두발로 오롯이 서는 현재까지를 스웨덴 출신 배우 말린 애커맨이 연기한다. 유난히 여성성이 두드러지는 실크 스펙터의 코스튬에 대한 감독의 변은 이렇다. “슈퍼히어로 페티시즘을 짚는 영화인 만큼 폭력과 섹슈얼리티의 관계를 얼버무릴 생각은 없다.”

T/ Tales of the Black Freighter 검은 화물선 이야기

원작 <왓치맨>에는 <검은 화물선>이라는 또 다른 코믹스가 비중있게 삽입되었다. <검은 화물선>은 무인도에서 홀로 살아남은 해적이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목숨을 건 투쟁을 벌이지만 자신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채 결국 가족을 살해하고 만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로, 스스로 창조한 공포에 휩싸인 채 세상을 파괴시키는 히어로들의 상황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앨런 무어는 “해적 장르의 세계관은 굉장히 풍요롭고 어둡기 때문에 <왓치맨>의 세계와 완벽한 대위를 이룬다”고 설명한다. <검은 화물선>은 안타깝게도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워너홈비디오는 오는 3월24일 <왓치맨: 검은 화물선 이야기 & 후드 아래>(Watchmen: Tales of the Black Freighter & Under the Hood)를 별도의 애니메이션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300>의 제라르 버틀러가 주인공 목소리를 연기한다.

U/ Upbraid 신랄한 비난

잭 스나이더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케이스는 앨런 무어가 추운 일요일 런던의 자기집에서 DVD로 내 영화를 보면서 ‘더러울 정도로 나쁜 건 아니군’이라고 말하는 거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원작자 앨런 무어는 나중에 이렇게 대꾸했다. “그게 최악의 케이스라고? 최악의 케이스가 뭔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최악은 런! 던!(자신이 노스햄프턴에 산다는 것도 모른 잭 스나이더를 놀리는 소리)에 있는 우리집 DVD 플레이어에서 절대 상영되지 않을 거라는 거야. 그 X같은 영화는 죽어도 안 봐.”

V/ V For Vendetta 브이 포 벤데타

앨런 무어가 <왓치맨>의 종말론적인 세계관을 먼저 시험해본 작품은 1981년에 처음 연재된 <브이 포 벤데타>다. 파시스트 정부에 대항하는 냉혹한 아나키스트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대처 총리의 극우 정부에 대항하는 무어의 정치적 신념을 확고하게 드러낸다. 다들 알다시피 <브이 포 벤데타>는 지난 2006년 워쇼스키 형제의 제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정치적 선동이라기에도 지나치게 번지르르하고 공허했다. 다만 벤데타 가면은 이후 할로윈과 촛불시위 현장의 트레이드 마크로 널리 애용됐다. 뭐, 그정도면 영화가 할 일은 다 한 거라 말할 수도 있겠다.

W/ Wanted 구인

<왓치맨>을 거쳐간 감독과 배우들. 1990년대 초반 영화화 프로젝트가 갓 시작됐을 때 흘러나온 루머에 따르면 로어셰크 역은 로빈 윌리엄스, 실크 스펙터는 제이미 리 커티스, 코미디언은 게리 부시, 나이트 아울은 리처드 기어 혹은 케빈 코스트너였다. 캐스팅이 완료되기 전 감독직을 수락한 테리 길리엄은 엄청난 각색 작업에 지쳐 “TV 시리즈로나 겨우 소화할 이야기”라며 걸어나갔다. 이후 감독직을 물려받은 대런 애로노프스키는 어리석게도 <천년을 흐르는 사랑>을 감독해야 한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4년 폴 그린그래스가 감독직에 오르고 와킨 피닉스를 나이트 아울로, 힐러리 스왱크를 실크 스펙터로 내정하자 모든 것은 안정되어 보였다. 그러나 제작사가 영화화 계획을 뒤로 미루면서 그린그래스는 <플라이트 93>을 연출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최후의 승자는 <300>의 잭 스나이더. 그는 톰 크루즈와 주드 로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빌리 크루덥을 제외하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을 캐스팅함으로써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X/ X-Generation X-세대

“1980년 중반이 되자 코믹스는 프랭크 밀러의 재해석된 <배트맨>에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 같은 앨런 무어의 작품들을 통해 마침내 어두운 엣지를 갖게 됐다. 그리고 닐 게이먼의 <샌드맨> 시리즈를 통해 마침내 90년대 ‘X-세대 코믹스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작가 브라이언 스팍스

Y/ Youtube 유튜브

주인공 중 한명인 오지맨디아스(O참조)는 현재 슈퍼히어로 일을 멈추고 ‘바이트 엔터프라이즈’라는 거대 기업의 대표로 일한다. 원작에 등장하는 바이트 엔터프라이즈의 대표상품으로는 ‘노스탤지어’라는 향수와 항공회사 ‘바이트 에어라인’이 있다. <왓치맨>의 제작진들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바이트 엔터프라이즈 제품들의 가상 TV 광고를 일반인에게 모집했다. 잭 스나이더가 직접 선정한 당첨작들은 영화 <왓치맨>에도 삽입될 예정이다. 80년대 분위기로 만들어진 가짜 광고들은 ‘’에서 미리 볼 수 있다.

Z/ Zack Snyder 잭 스나이더

잭 스나이더는 지난 2년간 모든 사람들에게 욕먹었다. 앨런 무어로부터, <왓치맨>의 강성 팬들로부터, 혹은 폴 그린그래스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비전이 더 보고 싶다는 영화광들로부터. 어쨌거나 그는 영화를 완성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하면 강성 팬들로부터 욕먹을 일이 하나 더 있을지도 모른다. 클라이맥스에서 뉴욕을 파괴하는 거대한 문어(혹은 오징어?)가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서 실망하지 말고 스나이더의 설명을 미리 들어보시라. “만약 문어를 영화에 집어넣는다면 왜 문어인지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야만 한다. 그건 영화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생각과는 달리 나도 원작 속 문어를 좋아한다니까! 다들 ‘스나이더는 미친놈이야. 엔딩을 바꾸려고 해!’라는데 나는 그런 적 없다. 엔딩은 원작과 정확하게 같다. 다만 문어에 대한 이야기로 상영시간의 30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로어셰크가 얼마나 나오는지, 나이트 아울이 얼마나 나오는지, 닥터 맨해튼이 얼마나 나오는지…. 캐릭터들의 비중을 안배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다. 주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문어로 잃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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