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명: <레드>
관람자: 신영철 대법관, <조선일보>
신영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과 개인적 면담을 통해 ‘촛불 재판’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온다. 그런데 여기 <조선일보>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여지없이 어려워졌다. 3월7일자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일부 판사들이 좌파 신문과 TV에 이메일을 제공해 폭로”했다면서, ‘특정 성향 언론’과 ‘같은 성향의 재야 법조인들’의 파괴공작이라는 색깔론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한국의 보수파들이 가질 수 있는 최대 근거란 ‘빨갱이 콤플렉스’ 하나뿐인 것이다.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자유, 평등, 박애를 주제로 한 삼색 시리즈 중 <레드>를 권한다. 인간에 대한 혐오 때문에 판사 자리에서 물러난 남자주인공이 빨간색을 상징하는 젊은 여인을 만나 다시 한번 인간애의 회복을 꿈꾸게 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주된 색조는 빨강이다. 키에슬로프스키는 영화 곳곳에 빨강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펼쳐 보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선한 의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묘사한다. 빨강이란 그런 것이다. 참고로 <조선일보>에서도 1997년 6월22일 ‘인간구원을 담으려 했던 거장’이라는 제목으로 키에슬로프스키 감독 추모 기사를 실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