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데이비드 크로스] 오스카의 여인도 흔들린 눈동자
2009-04-02
글 : 장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배우 데이비드 크로스

“난 당신없이 살 수 없어요. 그런 생각만으로 죽을 것 같아요. 날 사랑해요?”

십대 소년이 연인에게 묻는다. 성숙한 나신을 욕조 위로 드러낸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외쳤으리라. 생애 첫사랑, 이 매혹적인 여인이 진심으로 나를 사랑하다니. 소년에게 여인은 펼칠 순 있으되 읽을 수 없는 책, 함부로 꺾었다가 가시에 찔리고 말 꽃과 같다.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남자의 얼굴에 기쁨이 어린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주인공은 명백히도 한나 슈미츠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케이트 윈슬럿이지만, 그 순간 우리의 마음을 흔드는 이는 투명한 파란 눈동자, 데이비드 크로스(David Kross)다. c도 아니고 k로 시작하는 낯선 이름의 독일 배우는 30대 여인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누는 1950년대 서독 소년 마이클 버그 역을, 그것도 윈슬럿의 열연을 담대하게 맞받아치면서도 자연스럽게 체화했다. “처음에는 정말, 정말 긴장했지만 차츰 나아졌다. 농담까지 주고받을 정도로. 케이트와 나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섹스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토론하곤 했다.” 캐스팅이 확정된 뒤에도 법적으로 섹스신 촬영이 허용되는 나이가 되기까지 3년가량을 기다려야 했고, 영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회화 공부에도 열심이어야 했지만, 결국은 도전할 만한 모험이었다. 물론, 아직은 열여덟살, 윈슬럿과의 출연을 두고 “친구들이 매우 질투하더라”고 대꾸하는 천진한 소년에 불과하지만.

1990년 6월4일생이자 함부르크와 가까운 소도시 출신이라는 점 외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는 크로스의 데뷔작은 아동영화 <도와줘, 나는 소년이야>(2002). 여덟살 무렵 처음 연기의 향기에 취한 그는 로맨틱코미디 <아담&이브>(2003)에 단역으로 얼굴을 비친 뒤 범죄드라마 <날하르트>(2006), 판타지드라마 <크라바트>(2008) 등의 주인공으로 급부상한다. 질 나쁜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15살 소년으로 등장한 <날하르트>가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하기는 했으나 그때까지만 해도 영어조차 서툰 어린 독일 배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리라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알았지만 스티븐 달드리는 몰랐고, <타이타닉>을 봤음에도 케이트 윈슬럿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소년은, 그러나 논쟁적인 홀로코스트 영화 <더 리더…>를 기점으로 완전히 다른 세계로 발을 내디뎠다. 지금 그의 미래를 고대하는 이는 독일 관객만이 아니다.

사진제공 EVER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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